20대가 책 많이 사면, 40대가 약국 자주 가면… ‘불황’ 징후

입력 2017-12-21 15:04

60대가 손주들에게 선물할 인형이나 장난감, 자전거 구입을 줄이고 한의원이나 병원을 찾는 일이 늘고 있다면 경기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의 보건소·종교단체 소비, 20대의 서적·편의점·제과점 지출, 30대의 대중교통수단 이용, 40대의 약국·건강제품 소비 증가도 경기 불황의 사전 징후로 볼 수 있다.

신한카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신용카드 빅데이터 기반 경기동향 예측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신한카드는 과기정통부와 매월 2억건씩 실시간으로 쌓이는 신용카드 결제 빅데이터를 분석해 경기 선행지표를 발굴했다. 2008년 이후 현재까지 결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고 있는 소비자심리지수(CSI)와 통계적으로 유사한 수준의 정확도를 보였다.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는 건당 결제금액이 20만원 이상인 호텔 매출, 커피전문점 매출, 일식 가맹점 수, 신규개업 가맹점 수였다. 식사나 스파 등 호텔에서 즐길 수 있는 여가생활에 20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커피전문점을 자주 찾는 소비 형태가 보이면 3개월 후 경기 호황을 예측할 수 있다.

일식 가맹점 수나 신규개업 가맹점 수가 늘어나는 것도 호황을 민감하게 보여주는 징조다. 반대로 불황이 다가오면 소비자들이 커피 소비부터 먼저 줄인다. 기념일에 호텔에서 식사하는 이벤트에도 소극적이 되고, 신규로 개업하려는 이들도 줄어든다.

호황이나 불황을 앞두고는 연령별 소비행태도 달라졌다. 청소년이 공연장·놀이공원을 찾거나, 20대가 학원과 유흥가에서 지출을 늘린다면 호황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컸다. 30대의 여행사·실외골프장 이용, 40대의 운동 관련 소비, 50대의 백화점·의류 지출 증가도 호황 징후였다.

반면 불황이 다가오면 청소년들은 보건소에서 저렴하게 예방접종 등을 해결하고, 종교단체를 자주 찾는다. 20대는 책을 사다 집에서 공부한다. 식사는 편의점에서 저렴하게 해결한다. 30대는 차를 놔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40대는 건강제품을 구입해 큰 병에 대비한다. 약국에서의 지출도 늘어난다. 50대는 규모가 소규모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동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다. 60대는 불황을 앞두고 한의원과 병원에서의 소비가 증가한다.

이종석 신한카드 빅데이터 센터장은 “이번 선행지표 개발뿐 아니라 1인 가구와 고령 인구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책수립 지원 작업도 병행 중”이라며 “민관이 공동으로 유용한 경제지표를 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