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재란 왜장 '가토 기요마사' 동상 건립하는 울산, 지역경제 활성화?

입력 2017-12-21 14:09
울산시 중구가 슬럼화한 학성공원 일대를 역사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도시경관 조성사업에 착수한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학성공원 일대 조감도 (사진=울산시 중구 제공)

울산광역시 중구청이 정유재란 당시 왜군이 쌓은 왜성 ‘학성공원’에 조선을 유린한 왜군 장수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을 세우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 중구청이 일본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 학성공원에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정유재란 당시 모습을 재현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학성공원 입구에 당시 조선군 도원수 권율, 명나라 장소 양호와 함께 왜장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을 세운다. 1.7미터 높이의 가토 기요마사 동상은 현재 고증을 거쳐 제작 중이다.

울산시 중구 학성동에 위치한 학성공원은 ‘왜성’으로 불린다. 당초 신라의 계변성(戒邊城, 무역항)이었으나 지난 1597년 정유재란 때 왜군이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인 조명 연합군에 맞서기 위해 새로 쌓았다. 당시 왜장은 가토 기요마사였다. 그는 왜군을 이끌고 이곳에서 배수진을 치고 조명 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 수성에 성공했고, 수많은 조선군을 죽였다. 이후 1598년 11월 18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철수하게 된 일본군은 성에 불을 지르고 성 뒷쪽 태화강 하류에서 배를 타고 떠났다.

울산 중구청은 가토 기요마사 동상 설치에 대해 “역사적 의미가 있는 학성공원이 슬럼화되고 시민들에게서 멀어지는 현실을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설치될 동상은 권율 장군과 명나라 양호 장군은 기마상으로 울산왜성을 진격하는 모습이고, 왜군 가토 기요마사는 도산성 전투에서 성내 고립돼 물과 식량 부족으로 괴로움에 시달리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정치권은 “일본이 아직 사과를 한 적도 없는데 일본 장수 동상을 세우는 것은 잘못됐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민중당 울산시당은 20일 성명을 내고 “학성공원은 가토 기요마사가 수많은 조선인들의 희생을 통해 세운 공원이며 정유재란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써 한이 서린 역사의 현장”이라면서 “중구청의 발상은 실로 충격적이다. 결단코 가토 기요마사 동상은 안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역사의 현장에 왜군 장수의 동상을 결코 세울 수 없다”면서 “시민의 정서로도 용납될 수 없으며 자라나는 미래세대에 대한 올바른 역사관 확립에도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더군다나 울산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공원에 관광 활성화 명목으로 가토 기요마사 동상을 세운다는 발상이야말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작업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라고 지적했다. 또 “학성공원을 고증을 통한 뼈아픈 역사의 현장으로, 울산 시민들의 올바른 역사관 확립의 현장으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역사 배움터의 현장으로 다시 찾아야 할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울산 중구청 관계자는 “사업이 완료되면 해설사를 배치해 방문객에게 당시 역사적 상황과 의미를 설명할 것”이라며 “오히려 전투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전달해 애국심을 일깨우고 학습의 장으로 활용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