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의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경제지표가 한 해 전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7명은 가계부채 원리금상환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7 가계금융·복지조사’(표본 2만 가구 대상)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지니계수·가구별 소득 격차 상승
대표적인 소득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는 2016년 0.357로 집계돼 전년(0.354)보다 0.003포인트 증가했다. 지니계수는 ‘0’이면 완전평등, ‘1’이면 완전불평등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니계수 상승은 소득불평등 정도가 더 심해졌다는 걸 뜻한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수입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눠 가구별 복지수준을 비교할 수 있도록 고안된 개념이다.
부의 불평등은 소득분배율에서도 더 나빠졌다. 상위 20% 소득(평균값)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7.06배로 전년(7.01배)보다 격차가 더 커졌다. 상위 20% 가구원 1인당 소득은 6179만원으로 전년대비 5.0% 늘어난 반면, 하위 20% 가구원 1인당 소득은 875만원으로 4.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46.0%로 집계돼 전년(45.7%)보다 0.3% 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인구에서 중위소득 50% 이하 정도를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도 나빠졌다. 지난해 상대적 빈곤율은 17.9%로 전년대비 0.1% 포인트 증가했다. 고령층 빈곤정도가 악화된 탓이다. 근로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13.1%로 0.1% 포인트 감소했지만,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45.1%로 0.6% 포인트 증가했다.
◇가계 재무건전성 악화…전망도 밝지 않아
수출 회복세 등으로 경제 외형은 성장하고 있지만 가계에는 아직 훈풍이 불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가계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21.4%로 지난해(171.4%)보다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쓸 수 있는 돈에 비해 빚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미다. 가계의 재무건전성 하락은 결과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국내 경제의 내수활성화에 악영향을 준다.
가구 평균부채는 7022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4.5% 증가했다. 금융부채(4998만원)가 5.9%, 임대보증금(2024만원)이 1.3% 각각 증가했다.
금융부채가 생계에 부담을 주는 정도를 설문한 결과 전체 가구의 67.8%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전년대비 2.4% 포인트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국민 10명 중 7명 정도가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3%나 됐다.
1년 후 부채 규모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내년 3월말까지 부채가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 비율은 32.5%에 그쳤다. 58.9%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8.6%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