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커스] 年 2500건 이상… 병원서 병 얻어

입력 2017-12-21 07:39
이한영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이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이대목동 병원 신생아 사망과 관련 1차 부검 소견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화여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의 원인이 의료진이나 의료기구 등을 통한 감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내 병원들의 감염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 병원의 내·외과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감염 건수는 2014년 2843건, 2015년 2524건, 지난해 2608건이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에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사망한 후에도 병원 내 감염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감염관리 실패의 원인으로 병원의 경각심 부족, 감염관리 인프라 부실 등을 꼽았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감염관리의 책임은 의료진과 병원에 가장 크다”며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감염을 병원 내에서도 막지 못한다면 의료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정선영 건양대 간호학과 교수 등이 발표한 ‘국내 의료기관 의료관련 감염관리 실태’ 논문에 따르면 195개 병원의 중환자실 근무 의료진 중 중심정맥관 삽입 시 감염관리 교육을 받는 비율은 의사 30%, 간호사 60%에 그쳤다. 한 공중보건 전문가는 “병원이 감염관리 시스템을 자체 평가하고 정기 점검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감염관리 인프라 구축에 소극적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 의료계는 건강보험 수가 때문에 첨단 분야의 시술과 기기 경쟁에 내몰려 환자 안전의 기본인 감염 관리에 인색하다”며 “병원의 감염관리 인프라에 대해선 정부의 별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형훈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메르스 사태 이후 가장 개선되지 않은 부분은 인력”이라며 “수가로 지원할 게 아니라 최소 의료진 1명당 환자 2명을 맡게끔 인력 수준을 정하고, 인건비로만 쓸 수 있는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감독이 소홀한 중소병원은 감염관리가 더 어렵다. 현행법에는 200병상 이상 병원만 감염대책위원회를 운영할 의무가 있다. 2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은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가 운영하는 감염관리 자문 시스템 ‘중소병원감염관리 네트워크’가 감염관리를 자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06년 마련된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KONIS)는 중환자실(성인), 수술부위 감염 감시 체계에 각각 2억8000만원, 1억8000만원의 예산을 매년 투입하고 있다. 감시 결과 타당성 조사에 들어가는 비용(5000만원)을 합해도 5억1000만원에 불과하다.

질본 관계자는 “KONIS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의료기관 190여곳에 데이터 관리 운영비 등을 국가 예산으로 지원해주고 있지만 빠듯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환자실이나 수술실뿐만 아니라 혈액투석실과 신생아실, 일반병동에서도 환자 몸에 직접 들어가는 의료기기를 통한 감염이 있을 수 있고 항생제내성균 감염도 체계적으로 감시해야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예슬 이재연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