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으로 ‘자살 자작극’을 벌이려다 번개탄의 성능을 착각해 실제로 목숨을 잃는 참극이 벌어졌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지난 1월 3일 오전 4시쯤 성동경찰서에 “사람이 있는 차 안에 번개탄이 피워져 있어요, 숨진 것 같아요”라는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성동구 뚝섬유원지 주차장에 있는 차량에 번개탄이 피워져 있고 의식을 잃은 듯한 남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과 119구급대가 출동했을 때 차량에 있던 A(19)씨는 이미 숨져 있었다. 경찰은 신고자 B(20)씨와 그의 친구 C(20)씨를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원래는 A씨가 ‘자살 자작극’을 벌일 생각이었다”는 충격적인 진술을 했다.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밝혀진 사건 전말은 이렇다. A씨는 평소 도박 일종인 바카라에 빠져 살다 수천만원의 도박 빚을 진 뒤 전전긍긍했다.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5억원에 달하는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준 적이 있는 부모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궁지에 몰린 A씨는 자신에게 600만원을 빌려준 C씨와 자작극을 모의했다. 차량에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한 척 한 후, C씨가 경찰과 부모에게 자살시도 사실을 알리기로 한 것이다. A씨와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C씨는 자신이 경찰에 신고하면 부모가 의심할 테니, 자신의 또 다른 친구에게 부탁하자며 B씨를 불러들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번개탄의 위험성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다. A씨는 ‘차량에 번개탄 피워도 다섯 시간 안에만 구하면 문제없다’는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사건 당일 오전 1시쯤 “서너 시간 뒤 경찰과 부모에게 연락해달라”며 차량에 번개탄을 피운 뒤 수면제를 먹었다. A씨 말에 근처 PC방에서 기다리던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A씨를 찾아간 것이었다.
19일 서울 동부지검은 A씨에게 빌려준 돈을 받아낼 생각으로 자작극을 도운 C씨와 ‘작전 성공보수’ 30만원을 약속받았던 B씨를 14일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검찰 관계자는 “차량에서 번개탄을 피울 경우 빠르면 10여 분 만에 숨질 수 있어 절대 시도해선 안 될 위험한 행동이었다”며 “금전을 목적으로 친구의 그릇된 자작극을 도운 두 사람의 죄질이 나쁘다고 봤다”고 전했다.
민다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