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성차별·금품수수·지인청탁… 채용비리 4가지 유형

입력 2017-12-20 14:30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지난 7월부터 전국 검찰청에서 금융감독원 강원랜드 등 공공기관 인사·채용 비리 수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30명을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중 15명이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 7월 감사원과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 6곳의 채용비리 수사의뢰를 받고 전국 검찰청에 사건을 이첩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드러난 채용비리는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①낙하산 맞춤형 ②성차별형 ③금품수수형 ④지인청탁형 등이다. 낙하산 채용을 위해 합격 조건을 바꾸거나 여성이란 이유를 탈락시킨 경우가 드러났다. 돈을 받거나 ‘아는 사람’ 또는 고위직 인사의 청탁을 받고 채용한 경우도 있었다.

◇ 낙하산 맞춤형

특정 지원자를 위해 조건이나 전형을 바꾸는 ‘낙하산 맞춤형’ 채용비리의 대표적 사례는 강원랜드에서 적발됐다. 강원랜드는 2013년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실 소속 비서관으로부터 특정인의 이력서와 함께 채용 청탁을 받고 이 사람을 뽑기 위해 별도의 교육생 채용공고를 냈다. 그러면서 그가 보유한 특정 자격증을 지원 조건에 포함시켜 맞춤형 채용을 했다. 실무진에서 이를 반대했지만 경영진은 부정 채용을 강행했다.

같은 해 교육생 정규 채용 과정에선 176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지만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실로부터 21명의 추가 채용 청탁을 받고 면접점수를 조작해 이들을 합격시켰다. 춘천지검은 이 같은 혐의로 최흥집 전 강원랜드 대표와 전 기획조정실장 A씨, 채용을 강요한 혐의로 염 의원 보좌관 박모씨를 기소했다.

한국서부발전은 2016년 사장 선임 절차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를 선임하기 위해 면접에서 가장 낮은 점수와 가장 높은 점수를 서로 맞바꾸는 식으로 3배수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 “여자는 안돼” 성차별형

점수를 조작해 여성 지원자를 고의로 탈락시킨 경우도 있었다. 대한석탄공사는 2014년 7월 청년인턴 채용 서류전형에서 남성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여성 지원자에게 낮은 점수를 줘 여성 지원자 142명 중 3명만 면접을 볼 수 있게 했다. 이후 면접에서도 여성 지원자에게 턱없이 낮은 점수를 줘 결국 모두 탈락시켰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신입사원 채용에서 여성지원자 면접 점수를 고의로 낮게 매겨 합격대상이었던 여성지원자 7명을 모두 불합격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수사한 원주지청과 충주지청은 대한석탄공사 전·현직 사장과 기획본부장, 한국가스안전공사 전 사장과 인사부 직원 등을 재판에 넘겼다.


◇ 뒷돈 받고 채용… 금품수수형

아예 뒷돈을 받고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킨 채용비리도 적발됐다. 자유한국당 강원도당 부위원장을 지낸 인사는 초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아들의 강원랜드 취업 청탁을 받고 모 의원실을 통해 이를 전단했다. 청탁이 통해 합격되자 그 대가로 2000만원을 받았다. 2014~2015년 강원랜드 교육생 채용 청탁을 대가로 각각 2000만원과 1100만원을 받은 이들도 재판에 넘겨졌다.

대학교수 임용 청탁과 함께 4000만원을 받은 후 총장 면접과정에서 1·2순위 지원자들을 탈락시키고 추가 채용 절차로 청탁자를 합격시킨 한국국제대 강경모 이사장 등도 진주지청에서 기소됐다. 한국디자인진흥원 대구미래대 경북영광학교 등에서도 채용비리가 적발됐고 서울북부지검은 우리은행의 지난해 신입행원 채용비리를 수사 중이다.

◇ 지인청탁형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민원처리 전문직 채용 과정에서 현직 은행장의 청탁을 받고 지원자의 면접점수를 조작하고 인성검사 부적격 지원자 등을 합격시킨 혐의로 이병삼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기소했다.

이문종 전 금감원 총무국장도 2016년 신입직원 채용에서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고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아들을 위해 채용예정 인원을 늘리고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줘 합격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또 채용계획에 없었던 세평을 기준 삼아 특정 지원자 3명을 불명확한 세평으로 탈락시킨 후 다른 지원자 3명은 이와 무관하게 합격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 관계자는 "공공기관 외에 공공성이 강한 민간 영역에서의 인사·채용 비리도 지속적인 단속 활동을 벌여 엄정히 처리할 예정"이라며 "강원랜드 교육생 비리, 한국서부발전 사장 선임 비리, 우리은행 신입사원 채용비리 등 현재 진행 중인 사건도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