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와 관련해 전 당원 찬반투표를 제안하면서 결과에 따라 자신의 거취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을 반대하는 호남 중진들은 안 대표의 일방적 제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안 대표는 20일 오전 11시15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연한 각오로 당대표직과 권한을 모두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 당원 의견을 묻고자 한다”며 “통합 찬반으로 당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이어 “당원 여러분의 찬성 의사가 확인되면 단호하고 신속하게 통합 절차를 밟아나가겠다”며 “통합 작업 후 새로운 당의 성공과 새로운 인물 수여를 위해 백의종군하고, 만일 당원 의사가 반대로 확인되면 당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부연했다.
안 대표의 ‘깜짝’ 기자회견은 통합 찬반으로 당 내홍이 극심한 가운데 속전속결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마무리하겠다는 승부수를 내건 것으로 해석된다. 안 대표는 호남계 의원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19일까지 전국 순회 당원간담회를 진행하며 통합 관련 당내 의견수렴 작업을 마무리했다.
특히 안 대표는 통합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는 호남 중진들을 ‘기득권 세력’ ‘구태정치 세력’이라고 비판하며 정면대결 의지를 피력했다. 안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계속해서 당이 미래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서서 여전히 자신의 정치이득에 매달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당은 호남의 지지로 우뚝 선 정당이어서 대한민국 민주화의 출발점인 호남정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며 “호남의 민주주의 전통을 왜곡하고 김대중 정신을 호도하는 구태정치 기득권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속전속결로 통합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당원 투표절차는 즉각 개시될 것이고, 신속하게 끝낼 것”이라며 “그 방식은 이미 객관성이 검증돼 각 정당들이 당 대표 선출 등에 쓰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투표 방식은 중앙선관위 온라인투표시스템인 K보팅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안 대표는 21일 당무위를 소집해 전당원투표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 중진들은 전당원 투표 자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안 대표가 전당원투표를 제안하는 것은 ‘안철수 사당화’의 증거”라며 “통합 추진을 위한 전당원투표 등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천정배 의원도 전날 열린 평화개혁연대 전북토론회에서 “국가대개혁을 저지하려는 기득권정당인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것은 반역사, 반민심, 반문재인을 위한 적폐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당 내부와 호남민심의 압도적 반대에도 당대표가 계속 고집을 부리면서 우리 당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고 힐난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