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날씨가 추워지면서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일들 중의 하나가 겨울철 노인들의 낙상이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기관의 여러 가지 노화현상으로 관절이나 뼈, 근육이 약해지고 힘이 떨어지며, 균형을 잡는 능력이 떨어져서 쉽게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시력과 청력이 현저하게 약해져서 외부 자극에 둔감해지며, 이로 인해 불의의 사고에 대처하는 민첩성이나 순발력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겨울철엔 추위로 인해 몸을 움츠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간다든지 하는 경우가 많아 균형 잡기가 어려워진다. 설상가상으로 빙판길 보행 시엔 자칫하면 미끄러져 넘어지는 경우도 많다. 노인들은 이럴 경우 손을 짚으면서 손목뼈, 어깨뼈의 골절이 젊은이들보다 쉽게 일어날 수 있고,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대퇴골 근위부인 엉덩이뼈나 척추 뼈의 골절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노령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함께 골다공증과 관련된 골절은 계속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에서 조사된 통계에 따르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약 2,500만 명이 골다공증 환자이며 이중 매년 120만 명 이상에서 골절이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약 200만 명이 골다공증 환자로 추산되며, 매년 5∼10만 명에게서 골절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골다공증 예방 및 골절 예방의 중요성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인층에서 낙상과 관련된 골절은 단순히 수술적인 치료에 따른 위험뿐만이 아니라 이후에도 장기간의 회복기간이 필요하며, 이로 인하여 많은 내과적인 합병증이 동반된다.
또한 전반적인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의 감소, 간병과 의료비와 같은 경제적인 부담의 증가를 가져오고, 다행히 회복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후에는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게 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두려움은 노년의 전반적인 일상의 활동을 위축시켜 외출이나 운동을 잘 안하고 집에만 있으려 한다거나 해서 더욱 더 여러 가지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불안증이나 우울증을 나타내게 되며, 궁극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의 저하를 가져오는 심각한 결과를 낳게 된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임상적으로 대퇴골 근위부 골절의 경우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데, 회복기간이 약 6∼12개월 소요되며, 회복되더라도 약 3분의 1만이 이전 상태로 활동이 가능하게 된다.
대개 골절이 발생하면 골절부위의 통증으로 인해 못 움직이고 누워있게 됨으로 인하여 욕창, 폐렴, 폐색전증, 근육 위축과 같은 전신적인 합병증들이 많이 발생하고, 그러므로 발병 첫 수개월 내 사망률이 30~55%에 달하며, 이러한 골절을 겪은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이 2년이라는 보고가 있다. 그러니 이쯤 되면 거의 암에 걸리는 것이나 진배없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많은 노인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죽는 것보다도 혼자서 독립적으로 자기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배우자나 자식에게 의존하면서 병에 걸려 힘들게 사는 것인데, 대부분의 낙상 환자들이 수술 이후에도 예전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한다거나, 침상에 누워 지내게 된다는 것을 볼 때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닌 것이다.
낙상과 이와 관련된 골절은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 낙상의 원인 중 내적인 요인으로는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근력이 약해지는 게 문제이니 만큼, 균형을 잡는데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여러 가지 약물들 특히 노인에서 많이 사용하는 고혈압 약이나 신경안정제와 같은 약을 사용하는 경우에 부작용으로 어지러움이 나타나는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평소에도 균형감각을 높이고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시행하도록 하고, 특히 겨울엔 빙판길에 조심하도록 하고, 무리한 활동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기를 “노인네들은 화장실에서 넘어지지만 않으면 오래 산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 말은 집안에서 미끄러져서 넘어지기 쉬운 환경을 미리 예방하고, 발에 걸리기 쉬운 전기 플러그나 기타 장애물을 없애주고, 집안 조명을 너무 어둡지 않게 항상 적당히 밝게 유지해서 낙상을 유발할 수 있는 외적인 조건을 없애주는 게 좋다는 것이다.
만약 그래도 넘어지게 되는 경우엔,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 되는 가벼운 엉덩방아에도 쉽게 허리뼈나 엉덩이뼈가 부러지기도 하므로, 간단한 타박상 정도로 쉽게 생각하고, 민간요법 등으로 버텨 보려고 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고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인들뿐만 아니라 보호자 및 일반인들에게도 교육 홍보를 통해 널리 알려야 하겠으며, 의료인들도 낙상과 관련된 골절은 단순한 외과적인 질환이라기보다는 긴 회복기간을 필요로 하며 다양한 후유증을 가지는 전신적인 질환으로서 생각하고 환자를 대해야 하겠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헬스파일] 노인과 낙상
입력 2017-12-20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