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숙 “최근 깊은 울림 주는 책 읽어”… ‘82년생 김지영’

입력 2017-12-20 11:07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는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읽은 책”을 언급했다. 청문회 질의응답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저는 최근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의 꿈과 좌절을 속 시원히 짚어내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은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면서 저로 하여금 책 속 그녀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하였습니다”라고 했다.

책 제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는 책은 소설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인 것으로 보인다. 민 후보자는 사전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소니아 소토마요르 미국 연방대법관의 ‘희망의 자서전'과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꼽았다.

‘82년생 김지영’은 30대 한국 여성의 보편적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포, 피로, 당황, 놀람, 혼란, 좌절의 연속인 한국 젊은 여성의 삶을 그렸다. 1982년생 김지영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 및 기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슬하에 딸을 두고 있는 34세 김지영씨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인다. 시댁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친정 엄마로 빙의해 속말을 뱉어 내고, 남편의 결혼 전 애인으로 빙의해 그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정신 상담을 주선하고, 김지영씨는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이다.

이 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내면화된 성차별 요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민 후보자는 “제가 만약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법관이 된다면,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할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들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민 후보자는 인사말에서 자신의 성장 과정도 공개했다. “저는 서울에서 평범한 가정의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나 비교적 순탄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다만, 제가 열다섯 살 되던 해에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 밑에서 스스로 도시락을 싸면서 학업을 마쳤습니다. 중학생 소녀였던 저는 열심히 공부하여 못 다한 효도를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학업에 정진하였습니다. 그 후 법과대학에 진학하였고, 사법시험에 응시해 법관의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는 2012년 대법원 젠더법연구회장에 선출됐다. 여성 아동 등 소수자가 겪는 법적 문제에 관한 연구 활동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성폭력 사건의 재판절차상 문제점을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고, 양성평등담당법관 신설 등 제도 변화도 이끌어냈다. 민 후보자는 “연구회 활동 과정에서 많은 여성 법관들과 교류하였고, 그들의 애환과 고충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또 다른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