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우현(60)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건강상 이유로 두 차례 소환에 응하지 않다가 세 번째 소환 통보에 출석했다. 검찰청사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이런 답변을 내놨다.
- 오늘 검찰 조사에서 어떤 점 소명하시겠습니까.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그리고 지역구민들께 죄송합니다.”
- (뇌물) 공여자가 2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뭐 인정할 거 다 인정하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뭐 후원금 받은 거 다 받았다고 하겠습니다.”
- 건강은 좀 어떠세요.
“많이 안 좋습니다.”
- 어느 정도로 안 좋으신 건가요.
“제가 진통제를 70일을 먹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심장이 많이 안 좋아서 많이 아픕니다.”
- (금품은) 다 후원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취지인가요.
“저는 뭐 보좌관이… 후원금이었지… 그 외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 불법적인 돈은 아니라는 말씀이죠.
“저는 살아온 인생을… 흙수저 국회의원이었는데… 부당하게 그런 걸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 공여자 20명을 만난 사실은 없습니까.
“보좌관이 한 일이고. 다 보좌관 아는 사람이고. 나는 아는 사람 한 명도 없습니다. 보좌관이 다 데려왔고 해서… 나중에 지금은 머리가 조금 아프고요. 제가 진술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를 알아서 온 사람은 없습니다. 다 보좌관이 데려온 사람이고. 저는 지금 성실하게 하여간 조사에 응할 겁니다.”
- 공명식씨는 돌려받지 못한 돈도 있다고 하시는데.
“후원금을 처음에 받은 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무슨 돌려받지 못하고… 공천하고… 제가 가져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저는 용인도 깨끗하게 경선을 싹~ 한 사람입니다. 그런 돈을 제가 챙긴 적이 없습니다.”
이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의 조사를 받는다. 그는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후원금이었지 그 이상은 하나도 없다. 제 일생에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면서 자신은 “흙수저 국회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또 “보좌관이 한 일이고, 다 보좌관이 아는 사람”이라며 “머리가 너무 아프다. 진술을 얼마나 견뎌낼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 남양주시의회 의장 공모(구속기소)씨로부터 공천헌금 성격으로 의심되는 돈 5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씨는 공천을 받지 못하자 이 의원으로부터 5억원을 되돌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민모 부천시의회 부의장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 건축 관련 사업을 하는 김모(구속)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도 있다. 앞서 이 의원은 불법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빌린 돈이며 모두 갚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의원이 뇌물을 건넨 공여자 측과 수차례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을 이용해 통화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 의원이 이들에게 거짓 차용증을 만들거나 허위의 진술을 하도록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금품 공여 혐의자가 20명이 넘고 이들이 이 의원에게 건넨 돈이 총 1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
검찰은 통상 뇌물 사건에서 공여자보다 수수자를 더 엄히 처벌하는 것이 법체계이자 상식이라고 보고, 이 의원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것을 시사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