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기사만 자꾸 찾아보게 돼요.”
지난 16일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모들과 예비 엄마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들은 ‘안전한 병원’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고민하고, 산모들은 병원과 산후조리원의 위생과 감염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19일 임신, 출산, 육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들과 산모들이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집단 사망 기사를 공유하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드러냈다. 이들은 “대학병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충격적이다” “뱃속의 아이들은 누구나 조산아로 태어날 수 있다. 어쩌면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출산을 앞두고 이런 일이 터져 심란하고 불안하다”고 반응했다.
특히 이 병원은 지난10월 ‘제12회 임산부의 날’을 맞아 안전한 임신·출산 문화 조성과 모성 건강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예비 산모들은 더욱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병원을 옮기는 것을 고민하면서도 임신 기간 동안 진료 받아온 의사를 바꾸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신중함을 내비쳤다.
임신 9개월차에 들어선 한 예비 엄마는 “이대목동병원에 다니고 있는데 심란하다. 임신 초기부터 계속 진료를 받아온 병원을 막달에 바꾸자니 고민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계속 다녀야 하는지 옮겨야 하는지 정말 난감한 상황”이라며 울먹였다.
다른 임신부는 “불안해서 병원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안전한 병원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이에 일부 엄마들은 과거 이용했던 병원 후기를 올리며 다른 병원을 적극 추천해주고 있다.
이미 출산 한 산모들은 “아직까지 아이들의 사망 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반응이다. 이들은 자신이 입원한 병원의 신생아실과 조리원에 대한 위생과 검증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문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또 이런 정보를 서로 공유, 비교하며 병원에 건의하고 있다.
한 산모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소독 마스크와 비닐가운, 신발에도 일회용 커버를 씌운 뒤 들어가고 있다”고 글을 올리자 일부 산모들은 “우리 병원에서는 지켜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당장 병원에 건의해야겠다”고 반응했다. 또 다른 산모들은 “병원에 건의했다가 괜히 우리 아기만 미움 받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러운 반응도 보였다.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머물기를 포기하는 산모도 늘고 있다. 대개 산모들은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찾아 2주간 산후 마사지를 비롯한 집중 관리를 받으며 몸을 추스른다. 그러나 일부 산모들은 이번 사건으로 불안감을 호소하며 조리원 예약을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리원에 입원 중이었던 한 산모는 “불안하고 마음이 안 좋아서 아기 데리고 사흘 만에 퇴원한다”고도 했다.
“이대목동병원 사고, 목격담 재조명”
커뮤니티에는 엄마들이 이대목동병원에서 직접 겪은 목격담과 사고도 재조명되고 있다. 19일 오전에는 “이대목동병원에서 벌레수액을 맞은 엄마”라고 주장하는 A씨의 글이 게재됐다.
신생아 사망 사고가 난 이대 목동병원에서는 지난 9월 요로감염으로 입원한 생후 5개월 영아에게 수액을 투여하는 과정에서 수액이 흘러가도록 중간 관 역할을 하는 수액세트에서 벌레가 나와 논란이 됐다.
A씨는 “우리 아이는 벌레 수액을 맞았다. 그 병원에 절대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그때 일요일 밤에 벌레 수액을 발견했다. 주말이라 다음날인 월요일에 병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그날 오전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빠가 아는 기자 분을 불렀고 보건소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서야 수간호사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 나오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나왔다. 그 후 병실에 찾아와 ‘인터뷰 제발 안 해주면 안 되겠냐’고 했다. 병원장 얼굴은 화요일에 처음 봤다. 나중에는 식약청 검사 결과부터 들이밀며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실에 벌레가 날아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커피 자국인지 간장 자국인지, 고춧가루도 침대 난간에 다 묻어 있었다. 퇴원한 다음날 물건 두고간 게 있어서 잠깐 갔는데 보건소에서 감사가 나오는지 병실 침대를 다 빼서 청소하고 있더라.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도 그렇게 버젓이 진료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 사건이 철저하게 조사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이번 신생아 사망 당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아기가 입원 중이었다고 밝힌 엄마 B씨가 ‘어젯밤 아수라장이었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B씨는 “밤 12시(17일 자정)에 연락 받고 부랴부랴 병원 가서 상황 지켜보니 가자마자 바리케이드 쳐놓고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다. 안에 아가들은 있는데 못 들어가니 애가 탔다”며 “새벽 4시에나 겨우 인큐베이터를 앰뷸런스에 싣고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 아가 무사하다고 괜찮은 게 아니라 이틀 전에 상태 좋아져 옆 칸으로 옮겼었는데 옮기기 전의 자리와 앞 뒤 옆 아가까지 4명이 잘못됐다”며 “우리 아가도 자리 안 옮겼으면 잘못됐을 거란 생각에 소름이 끼칠 만큼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했다.
그는 “매일 면회를 같이 하던 부모들이 통곡하는 모습에 맘이 찢어질 것 같다. 내일모레 퇴원인 아가도 있었고 품에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한 아가도 있었다. 어떻게 대학병원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아가를 안을 수 있어서 좋은 반면 가족면회에 출입통제도 잘 안 되는 거 같아 한편으론 너무 자유로움이 마음에 내내 걸렸었다”고 지적했다.
“남의 일 같이 않아...” 함께 우는 엄마들
예비 엄마들과 산모들은 이번 사건을 자신의 일처럼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엄마 아빠 품에 제대로 안겨보지 못하고 떠난 네 아기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추모하고 있다.
한 엄마는 눈이 오는 날 네 아기들이 천사 날개를 달고 서로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의 그림을 직접 그려 공개했다. 그림 밑에는 “아가 친구들이 하늘나라에 갔어. 하늘에서 아기 친구들처럼 맑고 깨끗한 눈이 내리는데 슬퍼. 아기 친구들이 엄마 아빠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주자”라고 적혀 있다.
그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 졌다. 눈 오는 날, 얇고 조그만 종이상자에 담겨 부검하러 간다는 기사 내용을 차마 끝까지 읽지 못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린데 유족들의 슬픔은 얼마나 클까? ‘내가 일찍만 낳지 않았어도…’ 이런 자책하지 마세요. 그건 죄가 될 수 없어요. 인큐베이터 안에서 기계를 주렁주렁 달고 외롭고 무서운 시간을 혼자 견뎠을 아기들. 꼭 진실이 밝혀져 엄마 아빠 품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대목동병원 임시폐쇄’ 청원글을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청원글을 올린 이는 “이대목동병원에서 그동안 많은 사건이 발생했다. 추가적인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병원을 임시 폐쇄하고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9일 현재까지 681명이 참여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