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선처를 호소하며 투병 중인 아들과 아내를 언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일 서울고법 형사3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실장은 “내게 남은 소망은 늙은 아내와 식물인간으로 4년 동안 병석에 누워 있는 쉰세 살 된 아들 손을 다시 한번 잡아주고 ‘못난 남편과 아비를 만나 지금까지 고생 많았다.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는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내 아들에게 ‘누워 있으면 아버지가 눈 감을 수 없으니 하루빨리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라’고 당부하고 나서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랄 뿐”이라고 호소한 김 전 실장은 “비록 내 허물이 매우 크다 하더라도 늙고 병든 피고인이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관대하고 자비로운 판결을 선고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또 거듭 사죄하며 후회한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북한과 종북 세력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왔다”고 한 김 전 실장은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지만 북한 문제자 종북 세력문제로 인한 위험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란 헌법적 가치를 위해 애국심을 갖고 성실히 직무수행을 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강조한 김 전 실장은 “그 행위가 법적 문제가 돼 책임을 묻는다면 비서실장인 내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의 외아들 김성원씨는 2013년 12월31일 교통사고를 당해 서울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성원씨는 4년째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대 의대 졸업 후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성원씨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재활의학과 병원을 개원해 운영 중이었다.
사고 당시 김 실장은 아들이 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고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비서실장 업무를 빈틈없이 수행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최순실을 모른다고 했던 김 전 실장이 차움병원에서 KCC라는 가명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차움의원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들이 뇌사 상태였기 때문에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한지 조언을 구하러 간 것”이라며 “하지만 치료법이 없다.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해명했었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23일 열릴 예정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