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앵글속세상] 편견이 눈감으면 음악이 시작된다

입력 2017-12-20 07:07
드림위드 앙상블 단원들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연주를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며 기뻐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드림위드 앙상블’ 연습실. 크리스마스 시즌 때 공연할 6명의 발달장애 클라리넷 연주자들의 캐럴메들리 연습이 한창이다. 각자 맡은 파트에 집중하고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지난 11일 드림위드 앙상블 연습실에서 단원들이 단체 연습을 하고 있다.

이들 단원은 모두 정규직으로 매일 이곳으로 출근한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전문예술 법인인가를 받았고, 성남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창업 공모사업에 선정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 인가를 받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드림위드 앙상블 음악 지도자인 고대인(35)씨는 “1년간 연습하는 곡은 단 한 곡이다. 그 한 곡을 위해 수천 번의 반복연습을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며 “관객들도 이들의 음악을 듣기 전에는 실력을 반신반의 하다가 예상 밖의 수준 높은 연주를 감상하게 되면 기립박수를 치게 된다”고 자랑했다.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69주년 기념식에서 '드림위드 앙상블' 단원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됐지만 이들은 매일 꾸준히 반복 연습하면서 조금씩 호흡을 맞춰 완성도를 높여 왔다. 이들은 이날 열정적인 연주로 최고의 앙상블을 연출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발달장애인들은 의사표현이 서툴고 때론 감정표현이 쉽지 않아 남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보통 발달장애인의 음악 교육은 전문성보다 정서적 안정을 위해 치료 혹은 재활이 주목적이다. 하지만 드림위드 앙상블 멤버들은 끊임없이 반복 연습하면서 조금씩 호흡을 맞춘다. 이들도 처음엔 정서치료에 좋다고 해서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지금은 정서치료를 넘어 클라리넷 전공으로 대학까지 졸업했고, 어엿한 전문 직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의 음악엔 포기하지 않고 달려 온 진실한 시간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이들의 목표는 장애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최고의 앙상블이 되는 것이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드림위드 앙상블' 연습실에서 교육생 김주현군(왼쪽)에게 음악 지도자 고대인씨가 클라리넷 연주법을 가르치고 있다(위 사진). 준단원 한태현군이 클라리넷 연습하는 모습을 어머니 전미숙씨가 뿌듯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아래 사진).

드림위드 앙상블에는 현재 6명의 정단원 외에 전문 연주자의 꿈을 안고 연습하는 준단원들과 교육생들도 있다. 정단원 김하늘(25)씨는 “연습할 때는 너무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막상 공연할 때는 긴장 되지도 않고 관객들의 박수소리를 들을 때 정말 행복하고 즐겁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청와대에 가서 꼭 연주해보고 싶어요”라며 자신의 꿈을 밝히기도 했다.

연습실에서 드림위드 앙상블 정단원 정종현군이 개인연습 도중 마음대로 되지 않자 괴로워하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달 27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1차 공연이 끝난 뒤 정종현군이 다음 공연을 기다리며 잠시 쉬고 있다(오른쪽 사진).

드림위드 앙상블 단원들은 프로 못지않은 많은 시간의 연습을 통해 실력을 키웠다. 단원들 모두 무대에서 내려와서는 다른 발달장애인들과 똑같이 사회성이 부족하고 사람들과 소통이 잘 안 되는 어려움을 갖고 있지만 무대에서만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들은 전문 연주자로서 발달장애인에게도 불가능은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산증인들이다.

사진·글=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