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72·사진) 수녀는 19일 서울 용산구 ‘성 분도 은혜의 뜰’에서 열린 산문집 ‘기다리는 행복’(샘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수도자로 살아온 50년 세월에 대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행복하다”며 “시작할 때는 막연히 두렵고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결국 이렇게 왔다. 누가 축하해주지 않아도 나 스스로 자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다리는 행복’은 내년 수도서원 50주년을 맞아 낸 책이다. 첫 서원 후 1년간 쓴 미공개 단상 140여편이 수록돼 있다. 2008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해왔다. 그는 “암 투병 9년 동안 단 한 번도 병 때문에 눈물 흘리지 않았다.
수술받기 전에 주치의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수녀님, 몸을 크게 수리해서 더 좋은 몸을 가진다고 생각해주세요’였는데, 큰 용기를 받았다. 언어가 주는 영향력을 그때 강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투병하는 이들과 노년에 다다른 이들을 위한 기도도 담겨 있다.
이 수녀는 “묵상과 기도를 하며 160권 가까운 일기와 노트가 있다. 짬짬이 몇 줄이라도 써서 저금하듯이 생각의 조각들을 노트나 기억 속에 넣었다가 누가 글을 써 달라고 하면 빼서 쓰곤 한다”고 글 쓰는 방법을 소개했다. 메모가 글의 원천인 셈이다.
그는 “우리의 문제는 무슨 일이 터졌을 때 내 잘못을 보기보다는 항상 탓을 다른 데로 돌리는 데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나 자신도 전쟁을 겪고 북한과의 관계를 보면 딱하고 김정은이 밉고 성토하게 되지만 어느 날 생각하다 보니 내가 진짜 저 사람을 위해 기도했나 반성하게 됐다”고도 했다.
앞으로 그는 예쁜 그림동화를 써서 내고 싶다고 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