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KBS 기부 방송서 “파업 그만하는 것이 큰 기부”

입력 2017-12-19 20:07 수정 2017-12-19 20:24
뉴시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KBS 불우이웃돕기 모금 생방송에 나와 “KBS는 파업을 그만하라”는 말을 반복했다. 프로그램 취지와는 상관없는 돌발 발언이었다.

홍 대표는 이날 오전 KBS1 ‘나눔은 행복입니다’에 출연해 “소외된 이웃이 연말에는 좀 따뜻한 연말이 됐으면 한다”며 “KBS도 이제 파업을 그만하고,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KBS 여러분들이 파업을 그만하는 것이 오늘 국민에 대한 큰 기부가 될 것이다. 이제 파업 그만 하시고 우리가 좀 방송을 재밌게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당황한 사회자들은 화제를 돌리기 위해 “2018년 다가오는 한 해에 대한민국을 더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정책을 계획하고 계신가”라고 질문했다. 홍 대표는 “우리 당은 금수저 정당에서 흙수저 정당으로 바뀐다. 앞으로 서민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면서 또다시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제 파업 그만하고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라”고 주장했다. 결국 사회자들은 “예, 예”라고 말을 끊으며 “홍 대표의 KBS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마무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는 방송 후 ‘언론적폐 원흉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입 다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홍 대표를 비판했다. KBS새노조는 홍 대표가 파업을 조롱하듯 말했다며 “KBS새노조 조합원 2200명이 혹한 속에서 107일째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바로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 당신들이다. 당신들의 파업의 원인 제공자이고, 우리가 청산하고자 하는 언론적폐의 원흉”이라고 주장했다.

KBS새노조는 “지난 9년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자신들의 낙하산 사장들을 잇달아 KBS에 투하해 장악하고, 심지어 보도와 방송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KBS를 정권의 애완견처럼 만들었다”며 “지금까지도 고대영 사장을 비호하며 KBS를 망가뜨리는데 여념이 없는 적폐 이사들 모두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이 추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 파업을 중단하라는 망언이 여과 없이 KBS방송을 통해 전국에 방영된 사실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방송심의 요청은 물론 정정 및 반론 방송을 요구하고, 홍준표 대표에게도 법률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