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리탈모, 모발이식 없이 치료 가능해져

입력 2017-12-19 16:15

정수리탈모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으로 대개 40~50대의 중장년층에 많이 생긴다. 그러나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탈모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젊은 나이에 상당히 진행된 탈모 소견을 보이는 환자들이 늘어났다. 정수리탈모는 M자탈모와는 달리 머리카락으로 감추기가 어려운 부위이기 때문에 젊은 남성들에게 특히 심각한 문제가 된다.

정수리탈모는 프로페시아나 아보다트 등의 먹는 약으로 어느정도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이러한 약들은 남성호르몬이 두피에서 활성화된 형태로 변하는 것을 감소시켜 탈모 진행을 막는다. 하지만 이러한 탈모억제제를 먹는다고 해도 이미 퇴행 단계로 진행한 모근은 재생하기가 어렵다. 오랫동안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위축이 된 모근은 특별한 자극이 없으면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미녹시딜, 엘크라넬 등의 두피 도포제는 약간의 모근 재생 효과가 있으나, 오랜 기간 발라도 잔털이 조금 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약물 치료의 한계 때문에 그동안 정수리탈모의 치료는 모근 재생보다는 탈모 진행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정수리탈모 치료 기법이 개발되면서 이러한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연세봄빛피부과 최윤진 원장은 "정수리탈모의 경우 과거에는 모발이식 외에는 치료 방법이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모낭재생주사, 자가혈 PRP 등의 기법이 개발되면서 정수리탈모 치료효과가 크게 개선되었다"며, "모발이식의 경우 후두부의 모낭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옮겨 심는 방식이므로 치료 범위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모낭재생주사나 자가혈 PRP을 이용해서 모발을 재생할 경우 전체적으로 모근 수가 증가하므로 치료 범위의 제한이 없고 발모 효과가 뛰어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모낭재생주사는 모근을 만들어내는 줄기세포가 재생할 수 있는 신호 전달 물질 및 영양분을 공급하여 머리숱이 많아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약물의 배합은 환자의 나이와 탈모 상태에 따라 차이가 나며, 두피의 상태에 따라 주사의 깊이도 조금씩 달라진다. 자가혈 PRP 치료는 자신의 혈액을 원심분리하여 성장인자가 풍부한 혈소판을 농축시킨 후 두피에 직접 주입한다. 자가혈을 사용하므로 감염이나 알레르기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모낭재생주사가 가늘어진 모발을 다시 굵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면, 자가혈 PRP 치료는 이미 퇴행이 진행된 빈 모공에서 새로운 모발을 자라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최 원장은 "꾸준히 치료한다면 어느 정도 진행된 탈모도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며, "탈모 환자들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나 민간요법들을 시도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유전성으로 발생하는 정수리탈모는 생활 습관의 변화나 체질 개선으로는 좋아지기가 어려우므로 처음부터 탈모 치료 경험이 풍부한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한다면 탈모치료에 올바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