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짖는 건 본능”… 어느 견주의 ‘분노유발 쪽지’

입력 2017-12-19 15:32 수정 2017-12-19 16:16
사진=픽사베이

요즘 인터넷에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기르는 사람들과 불편한 관계를 호소하는 게시물이 심심치 않게 올라옵니다. 이웃집 여성의 죽음을 부른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의 ‘프랜치불독 사건’ 이후 그 수가 크게 늘었는데요. 반려인들의 그릇된 매너를 지적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목줄이나 입마개 착용 등 모두를 위해 ‘펫티켓’을 지켜달라는 거죠.

반려인들의 항변도 물론 있었습니다. 문제없이 행동하는 반려인들은 주목받지 않고 문제가 생긴 사례만 크게 부각된다는 거죠. 목줄 착용을 깜빡했을 뿐인데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나온다는 하소연도 있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지킬 건 지켜야 한다”며 싸늘하게 반응했습니다. 최시원 사건 이후 온라인 상의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그런데 지난 18일 온라인커뮤니티 네이트판에 또다시 반려인과 이웃의 갈등을 보여주는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원룸에 사는 대학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한 장의 사진을 공개하며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거주하는 원룸에 유독 심하게 짖는 개가 있는데 견주가 어처구니 없는 내용의 알림 쪽지를 붙였다는 겁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공개된 사진에서 견주는 “지난 5개월간 애완견에 대한 민원이 자주 들어와 쪽지를 남긴다”면서 “강아지가 짖는 것은 본능이다. 인간이 배려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강아지가 짖지 않게 하는 방법은 성대 수술 뿐이며, 이것은 엄연한 동물학대”라며 “민원을 지속적으로 넣는 행위도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학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공동주택에서 이웃 간의 약간의 소음은 서로 배려하며 해쳐 나가야 한다”며 민원 자제를 요구했습니다. 견주는 또 “택배 소리, 음식 배달하는 소리, 복도를 쿵쿵 걸어다니는 소리는 강아지를 자극해 짖게 할 수 있다. 주의 부탁드린다”고도 했습니다.

이 글은 네티즌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적반하장”이라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게시물이 논란이 되자 글쓴이는 원본 게시물을 삭제했는데요. 이미 커뮤니티로 글 내용이 캡처돼 공유된 뒤였습니다.

‘개통령’이라고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의 공식 블로그를 살펴보면 강아지 교육 의뢰 중 ‘짖는 버릇’에 대한 의뢰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강 훈련사는 우선 ①짖는 원인을 파악하고 ②집안을 산책하고 ③자율급식이나 자연식 실천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웃에게 배려를 강요하기’라는 항목은 분명 보이지 않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인터넷에 사연을 올린 네티즌이 쪽지에 이렇게 답변하는 건 어떨까요. “견주님, 강형욱 훈련사가 출연하는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꼭 시청해보세요. 꼭이요.”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