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사람의 슬픔… 故 종현 후임 ‘푸른밤’ DJ 이동진, 울먹이며 한 말

입력 2017-12-19 10:50
샤이니 종현. 뉴시스

MBC 라디오 ‘푸른 밤’을 진행하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씨는 전임 DJ인 남성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을 생각하며 울먹거렸다. 떠난 사람을 향한 그리움, 남겨진 사람의 슬픔이 자정을 넘긴 심야 라디오를 타고 구슬프게 울려퍼졌다.

이씨는 18일 자정 MBC 라디오 ‘푸른 밤’을 시작하면서 “누군가를 보며 가끔 이렇게 생각한다. ‘언젠가 저 친구와 술 한 잔 해야지. 다음엔 이야기 한번 해야지. 기회가 되면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이다”라고 운을 뗐다. 오프닝 첫 말로 가리킨 ‘저 친구’는 종현이었다.

종현은 2014년 2월부터 지난 4월까지 3년 넘게 ‘푸른 밤’을 진행했다. 이씨는 종현의 후임으로 이 방송을 진행하는 현직 DJ다. ‘푸른 밤’은 MBC 라디오 FM4U(주파수 91.9)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와 함께 많은 청취자를 확보한 간판 프로그램이다. 자정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씨는 오프닝 멘트 중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DJ의 말이 끊어지자 음악이 나왔다. 강아솔의 ‘그대에게’가 흘러나왔다. 이씨는 음악이 끝난 뒤 말을 이어갔다. 그는 “‘푸른 밤’을 처음 맡았을 때 훌륭한 DJ였던 종현씨의 후임이어서 부끄럽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울먹이는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종현은 이 방송을 6시간여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밤 6시10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에서 심정지 상태로 경찰과 소방구조대에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종현의 의식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앞서 오후 4시42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것 같다’는 누나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종현의 위치를 추적했다. 종현은 누나에게 ‘이제까지 힘들었다’ ‘나를 보내 달라’ ‘마지막 인사’ 등의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방송을 마친 19일 오전 3시30분쯤 블로그에 “나에게 오늘 푸른밤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방송이었다. 참담하기도 했고, 죄스럽기도 했다”며 “많이 흔들려서, 슬픈 날에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 재능 있는 뮤지션이었고 훌륭한 DJ였으며 무엇보다 맑고 좋은 사람이었을 종현이 고생 없는 곳에서 이제 편히 쉬길 바란다”고 적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