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신문 1면이 온통 대통령선거 이야기뿐이다. TV는 아침부터 개표방송 홍보로 떠들썩하다. 거리마다 붙은 벽보에 서리가 내렸다. 종종걸음으로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은 벽보 앞에 잠시 멈춰 지지하는 후보의 공약을 살피며 마음을 굳힌다. 지난 정권의 실패가 아니었으면 오늘 아침 우리가 봤을 풍경이다. 당초 예정됐던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은 바로 내일, 20일었다.
2017년 달력은 ‘12월 20일’을 대선일로 표시하고 있다. 법정 공휴일로 지정돼 달력에서 일요일처럼 빨간색 글자로 인쇄된, 이른바 ‘빨간 날’이다. 하지만 이 대선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함께 사라졌다. 대선일은 지난 5월 9일로 앞당겨졌다. 개헌으로 대선일을 변경하지 않는 한 2017년 달력은 ‘12월 대선’을 기록한 마지막 달력이 된다.
이 달력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전국의 광장에 촛불이 물결쳤던 지난해 12월 전후로 인쇄됐다. 직장, 소속 단체, 거래하는 은행·보험사에서 무료로 받았든 원하는 디자인을 찾아 구입했든 달력을 받아 벽에 걸거나 책상 위에 놓은 시기는 대부분 비슷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파면에 앞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있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9일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찬성 234표, 반대 56표, 무효 7표, 기권 2표로 가결했다. 정원 300명 가운데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만 불참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 순간 모든 권한을 상실했다. 그의 운명은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될 터였다. 늦어도 12월까지 배포를 마쳐야 했을 2017년 달력은 예정대로 ‘12월 20일’을 대선일로 표시해 인쇄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듬해로 넘어간 지난 3월 10일에야 헌재에서 헌법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파면됐다. 이미 인쇄된 달력을 바꿀 수는 없었지만 투표로 미래를 바꿀 수는 있었다. 각 정당도, 유권자도 그때부터 숨찬 대선 정국에 들어갔다. 새롭게 지정된 대선일은 5월 9일.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41.1%의 득표율로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선 홍준표 대표(24.0%)를 2배 가까이 따돌리고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 집권해 임기 1년차를 넘기고 있다.
지금 배포되고 있는 2018년 달력에서 ‘덤’으로 한 장을 준 2017년 12월은 대부분 20일을 대선일로 표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와 달라진 올해 12월의 풍경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