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중앙 무대 향하여…

입력 2017-12-19 08:00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중앙정치 복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안 지사는 18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송년 기자회견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직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도지사 임기(2018년 6월 30일) 마지막 일정까지 최선을 다해 도정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안 지사는 ‘당에서 지방선거 출마 요구를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가정이나 상황을 가지고 답을 안 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향후 안 지사가 선택 가능한 정치적 진로는 크게 3가지 정도다. 먼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서울 송파을·노원병 등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해 중앙정치에 입성할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지방선거에 나서지 않고 외곽에서 당 후보자들을 돕다가 내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마지막으로 도지사 임기를 마친 뒤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경우의 수도 있다.

안 지사에게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는 매력적인 카드다. 재보선에서 승리하면 자연스럽게 원내에 들어와 당내 세력을 넓힐 수 있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는 약점도 보완할 수 있다. 문제는 출마 과정에 불거질 수 있는 현 민주당 지역구위원장과의 불협화음이다. 충남도지사를 한 안 지사가 무턱대고 재보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설 명분이 약하다. 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할 경우 정치적 위상이 크게 추락할 위험도 있다. 안 지사가 “재보선 출마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안 지사에게 출마를 강하게 요청하거나 중량급 야당 인사와의 빅 매치 구도가 형성되면 상황이 급변할 여지가 충분하다. 공직선거법상 안 지사가 충남지역 외 재보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전 30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안 지사가 당 외곽에서 지방선거를 돕는 구원투수 역할만 하다가 당대표를 노리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 경우 재보선 출마보다 정치적 리스크가 작고, 당에 기여한다는 명분도 있다. 그러나 사실상 친문재인 세력이 당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원외에 머물던 안 지사가 당대표 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당대표에 당선되더라도 원외라는 정치적 한계 때문에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안 지사가 도지사 임기 이후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잠행하는 방안도 자주 언급된다. 국민적 지지가 높은 문재인정부 초반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되는 모습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아니더라도 안 지사가 원내에 진입할 기회가 있을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다만 정치권과 거리를 둘 경우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 위험이 크다는 게 문제다. 여러 이유로 정치권을 떠나 칩거를 선택했던 정치인들이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던 선례도 부담이다. 안 대표와 친분 있는 여당 충청권 다선 의원은 “안 지사가 결국 재보선에 출마한 뒤 당대표에 나서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본다”며 “당이 먼저 안 지사에 대한 입장을 정해야 안 지사도 그에 따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