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 중인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법원행정처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을 들여다보는 문제를 놓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 법원 일각에서 ‘개인 사생활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야당은 “당사자 동의 없이 컴퓨터 내 파일을 조사할 경우 김명수 대법원장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추가조사위는 지난달 15일 구성된 후 판사들의 뒷조사 파일이 담겨 있다는 의혹을 받는 업무용 컴퓨터 4대의 하드디스크 등을 보존 조치했다. 행정처는 해당 컴퓨터를 추가조사위에 임의 제출했다.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전·현직 기획조정실 소속 심의관 2명이 사용한 컴퓨터가 대상이다.
추가조사위는 활동 23일 만인 지난 8일 전국 법관들에게 그간의 조사 경과를 공지했다. “물적(物的) 조사를 중심으로 해 준비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다”며 “법관이 사용한 컴퓨터에 저장된 문서를 열람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접근하기 전에 먼저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지속해 왔고 현재도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열흘이 지난 18일까지 추가조사위는 컴퓨터 속 파일 조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추가조사위 측은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내부에서도 컴퓨터 파일 조사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당사자 동의가 필요없다는 법관들은 “해당 컴퓨터는 ‘판결용’이 아닌 사법행정 업무를 위한 컴퓨터”라는 점을 강조한다. 해당 컴퓨터의 관리 권한은 행정처에 있고, 행정처가 임의 제출한 이상 영장주의 원칙이나 비밀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형법상 비밀침해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의 입김은 또 다른 변수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선 사법평의회를 신설해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포함한 사법행정을 분리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19일과 20일에 예정돼 있어 교착 상태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