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북한 선전 매체에 등장했던 탈북자 임지현씨가 한국을 떠나기 전 북한 국가보위성 전화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임씨와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탈북자 박모씨도 중‧북 접경지역에 이모를 만나러 갔다가 납치돼 재입북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져 파문이 예상된다.
SBS는 경찰이 임씨의 재입북 경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임씨의 하나원 동기들을 통해 “지난해 초부터 임씨가 북한 보위성의 회유, 협박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18일 보도했다.
탈북자 B씨는 SBS에 “중국까지만 와라, 처벌을 안 해주겠단다. 그러니 거기서 그렇게 고생하지 말고. 임지현도 그래서 넘어간 거다. 대낮에”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체제 수호 업무를 맡은 보위성이 주로 가족과 친적을 내세워 유인공작을 한다고 말한다. 가족이나 친지를 사칭해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와 있으니 중국으로 와서 데려가 달라는 식의 전화다.
북에서 가족과 친지의 전화가 오면 통상 도청 때문에 1분 이상을 하지 못한다. 국제전화 통화가 시간 제약없이 이어지면 뒤에 보위성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임씨 외에도 2014년 탈북해 임씨와 함께 종편 채널에서 북한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탈북자 박모씨가 북한에 납치돼 재입북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박씨가 북‧중 접경 지역에 사는 이모를 만나러 갔다가 납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씨는 인민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남한 생활에 대한 열의를 보였으나 방송 출연 후 불과 다섯 달 뒤인 지난해 3월에 사라졌다. 박씨와 알고 지내던 한 탈북자는 “자진해서 안 갔을 거다. ‘종편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열심히 대학도 다니고 있는데 갔다?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매체에 말했다.
경찰은 임씨 사건 이후 거주지가 분명치 않은 탈북자 900여명을 전수조사한 겨로가 22명이 소재 불명이고 거주 불명자의 83%인 746명이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