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통령은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재임 기간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MB계 전·현직 의원들과의 송년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방문에 대해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이 주장해온 원전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청와대 주장대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닌 또 다른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송년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갈등·분열을 뛰어넘어 국민이 편한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이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많이 걱정하고 계신 것 같다. 나 자신도 어쩌면 국격이나 국익이란 측면에서 많이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등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에둘러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굴욕 외교’ 논란이 제기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다만 ‘국민이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나한테 물어볼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만 답했다. 군 사이버사령부 여론조작 사건 등 구체적인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생일과 결혼기념일, 17대 대선 승리일이 겹치는 매년 12월 19일 전후로 측근들과 송년회를 해왔다. 송년회에는 나경원 정진석 주호영 권성동 박순자 장제원 윤한홍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 안경률 권택기 조해진 전 의원,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동관 전 홍보수석, 박정하 전 대변인 등 약 40명이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5년 정권은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계속 발전해 나간다는 취지의 말을 (이 전 대통령이) 했다”고 전했다.
송년회가 열린 식당 앞에는 시민 10여명이 “이명박을 구속하라” “국민 혈세 도둑놈”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 전 대통령에게 접근하는 시위대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경호원이 시위대에 걷어차이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