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총장? 총신대 사태, 해결의 실마리 어디서 찾나

입력 2017-12-18 16:10 수정 2017-12-18 19:07
예장합동 교단 산하 목회자와 성도, 총신대 교수, 학생 등 300여명이 18일 경기도 안성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열린 ‘총신 비상사태 회복을 위한 금식기도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총장 배임증재죄 혐의’ ‘정관변경을 통한 대학 사유화’ 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총신대(총장 김영우 목사)가 정치적 갈등 속에 두 명의 총장이 선출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총신대 재단이사회는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현 총신대 총장 김영우 목사를 제7대 총장으로 재선출했다. 이 자리에서 김 목사는 본인의 임기가 전임 길자연 총장의 잔여임기까지임을 인정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를 수리한 이사회는 총장 선출 안건을 상정한 뒤 단독 후보로 김 목사를 올렸고, 거수투표 끝에 찬성 11표 반대 4표로 4년 임기의 제7대 총장에 김 목사를 선출했다.

이에 대해 재단이사장 박재선 목사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김 목사가 6대 총장으로 선출될 당시 재단이사회 회의록 상 기록된 내용만으로는 ‘길자연 전 총장의 잔여임기’와 ‘6대 총장으로서의 4년’을 두고 임기에 대한 해석이 상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목사의 총장 사퇴, 재단이사회의 사표 수리, 후보 추천, 신임 총장 선출 과정은 법적 하자가 없는 절차”라고 덧붙였다. 재단이사회 측은 그동안 지난달 27일 김형국(하양교회) 목사를 제7대 총장으로 선출한 운영이사회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김영우 목사의 총장직 재선출 소식을 들은 운영이사회 측은 즉각 반발했다. 운영이사장 강진상 목사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와 갈등을 빚어 온 재단이사회가 불법적으로 이사들을 선임한 데 이어 독단으로 총장까지 선출했다”며 “사학법이 인정하는 이사회라는 것을 무기 삼아 학교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박 목사는 “독단적인 것은 운영이사회”라며 “운영이사회가 먼저 재단이사회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재단이사회를 배재한 채 신임 총장을 뽑은 것”이라고 맞섰다.

총신대 교수협의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재단이사회가 김영우 목사를 재선출한 행위는 총신대 교직원과 학생, 예장합동 총회를 기만한 것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학교를 찬탈하려는 죄악’이라고 지탄했다. 이어 김 목사가 총장으로 선출돼선 안 되는 결격사유를 지적했다. 교수협이 지적한 결격사유는 ‘배임증재죄로 형사 기소돼 재판 중이라는 점’ ‘정관 개정을 통해 학교를 사유화하려 한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 ‘총회의 결의를 위반하고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려 한 점’ 등이다. 교수협은 “김 목사가 스스로 퇴진할 때까지 총회 목회자, 교우, 교직원과 함께 퇴진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8일 경기도 안성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선 예장합동 산하 목회자와 성도, 총신대 교수, 학생 등 300여명이 모여 2박3일간의 ‘총신 비상사태 회복을 위한 금식기도회’를 개최했다. 기도회는 오전 6시 새벽기도회를 시작으로 오전과 오후 각각 3시간 동안의 말씀기도회와 오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이어지는 저녁 말씀기도회 등 총 14회에 걸쳐 진행된다. 각 집회에는 권순웅(총회 서기) 김동식(대구칠곡교회) 김창수(김제 금강교회) 이건영(인천제2교회) 장차남(전 총회장) 목사 등이 설교자로 나선다.

금식기도회에선 ‘총신대 총장 사퇴’ ‘재단이사회의 총신대 정관 원상복귀’ 등의 기도제목을 놓고 참석자들이 통성으로 기도하며 총신대 정상화를 촉구했다. 전계헌 예장합동 총회장은 “사태의 핵심은 총신대가 총회와 별개의 기관인 것처럼 선을 긋고 교단의 지도를 벗어나려는 것에 있다”며 “지혜를 모아 대화 창구를 열돼 법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성=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