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500만원 봉투 넣고 유유히 사라진 ‘이름 없는 천사’

입력 2017-12-18 15:25 수정 2017-12-18 17:37
익명의 기부자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사랑의 온도탑 모금함에 몰래 넣은 봉투. 그는 현금 500만원을 기부하면서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이름 없는 천사’는 올겨울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사랑의 온도탑 모금함에서 현금 500만원을 담은 익명의 봉투가 나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8일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사랑의 온도탑 모금함에서 5만원권 지폐 100장을 담은 봉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봉투에는 이름도, 간단한 인사말도 없었다. 어떤 글씨도 봉투에 적혀 있지 않았다.

이 익명의 기부자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주 어느 날 은행이나 현금인출기에서 현금 5만원권 100장을 인출한 뒤 광화문광장을 지나면서 사랑의 온도탑 모금함에 봉투를 넣고 인파 속에 파묻혀 유유히 사라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고 홀연히 사라진 그의 뒷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광화문광장 사랑의 온도탑.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연말연시마다 사랑의 온도탑 모금함을 설치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은다. 이 기간 중 사랑의 온도탑 모금함에서 발견된 익명의 봉투는 지금까지 네 개다. 2014년 12월 1000만원, 지난해 1월 300만원, 지난해 12월 500만원을 각각 담은 익명의 봉투가 나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익명의 봉투에 5만원권보다 작은 단위의 지폐나 동전이 들어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사랑의 온도탑을 다녀간 ‘이름 없는 천사’는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가진 돈을 조금씩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했다는 얘기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만’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