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난하게, 더 불쌍하게 쓰는 자소서 사라진다” 인권위, 장학생 자기소개서 관행 수정 권고

입력 2017-12-18 15:21
국가인권위원회 이성호 위원장. 사진 출처=뉴시스

앞으로 대학교나 재단 등에서 장학금을 줄 때 학생에게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내용이 대폭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장학생 선발 과정에서 가난을 증명하도록 하는 관행을 없애라는 권고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학금 신청 시 필요한 범위 이상의 개인정보 수집은 인권침해라고 밝히며 교육부장관 및 17개 시·도 교육감에게 ‘가난을 증명’하도록 하는 관행 등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현재 일부 대학과 장학재단에서는 장학생 신청 과정에서 학생의 가계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학생이 자기소개서에 직접 서술하도록 했다. 학생의 주민등록번호와 사진을 요구할 뿐 아니라 부모의 직업, 직장명, 직위와 학력 정보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인권위는 이것이 장학금 지급 심사 과정에서 필요한 개인정보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봤다. 장학금 제도의 취지 및 목적에 비춰 보았을 때 수집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개인정보 보호법’의 개인정보 최소 수집 원칙과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장학금을 신청하는 학생에게 어려운 가정 형편을 직접 써서 제출하도록 해 학생의 자존감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학생의 사진을 제출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용모 등 신체 조건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로 보았다.

이에 인권위는 각 대학 및 장학재단 등에 장학금을 신청하는 학생이 자기소개서에 본인의 어려운 가정형편을 기재하도록 하는 관행을 지양하는 대신 학생의 가정·경제적 상황을 알 수 있는 공적 자료를 통해 장학생을 선발하라고 권고했다.

우승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