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임시국회(11~23일) 일정이 절반을 넘었지만 여야 간 대치로 ‘빈손 국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각 상임위에서 법안 심사를 마쳐도 최종 심사를 하는 법사위원회가 일정조차 잡지 않으면서 법사위 ‘상원 놀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회 13개 상임위 가운데 법안소위 일정이 잡힌 곳은 보건복지위와 정무위, 국토위 등 3곳 뿐이다.
◇ 여야 대치 장기화…임시국회 ‘개점휴업’
민주당은 임시국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국가정보원 개혁법, 기초연금법과 아동수당법 등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및 복지정책을 뒷받침할 법안 통과를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공수처법과 국정원법의 경우 여야 이견 차가 크고, 한국당 원내사령탑에 김성태 의원이 선출된 이후 대여 강경 기류가 더 강해져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당은 여당에 대해 ‘뒷거래 예산안 통과’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규제프리존 특별법 및 서비스산업발전법 우선통과를 약속하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이 법안들은 민주당 내 반대여론이 많다.
한국당은 특히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이 이명박정부의 원전사업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운영위 소집을 압박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가 사실무근이라고 할 것만이 아니라 성실히 답해야 한다”며 “국익을 포기해가면서까지 전임 정권에 대한 보복을 가하려다 외교적 문제를 야기했다는 의혹에 대해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원식 민주당, 김성태 한국당,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8일 만찬회동을 갖고 임시국회 쟁점법안 처리 문제를 비롯해 이달말 활동이 끝나는 개헌·정치개혁특위 연장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 법사위 정상화도 불투명
22일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법사위가 정상화될지도 불투명하다. 법사위의 경우 위원장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여당과 국민의당의 공조 하에 이뤄진 내년 예산안 처리에 반발하면서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과 하도급법, 포항 지진 이후 재해예방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금을 활용할 수 있게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민생법안들이 줄줄이 법사위에 묶여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단연 최악은 법사위”라며 “오늘까지 법안 920건을 계류시켜놓고 법안심사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한국당 법사위원장은 행방불명됐는지 아무 응답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여야 합의로 회부된 100건 이상 법안도 법사위에 발목이 잡혀있다”며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민생·개혁법안 논의조차 거부하는 한국당의 몽니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여당도 임시국회 파행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사위 소속인 민주당의 박범계·백혜련 의원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함께 임시국회가 시작된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러시아 방문에 나섰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진행하는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스리랑카로 출장을 떠났다. 환노위는 여당 내 이견과 노동계 반발로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당의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반발에 휴일근로 가산금 200%를 주장하며 간사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시켰다”며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