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통해 한국인 여성에게 접근해 돈을 갈취하는 일명 ‘로맨스스캠’(로맨스를 이용한 사기)을 저지른 외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18일 SNS를 통해 자신을 미국인 정형외과 의사라고 속인 뒤 50대 여성에게 접근해 7만1000달러(약 77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A씨(34) 등 외국인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미국인인 A씨와 B씨(36), 독일인인 C씨(57)는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약 3개월간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호감을 쌓은 뒤 “의료기기 사업을 진행 중인데 말레이시아에 20억 달러 가량의 의료기기를 수출하던 중 세관 통과에 문제가 생겨 돈이 필요하다”라며 7차례에 걸쳐 3개의 해외 계좌로 5만2000달러(약 5700만원)를 보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성들 중 한 명은 “이들이 ‘나는 미국인 정형외과 의사고, 부인과는 사별했다’며 하루도 빠짐없이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이어가고 사진도 보내주는 모습에 환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또 A씨 등은 피해자들을 ‘애인’, ‘와이프’ 등으로 부르며 “본국에 있는 일이 끝나면 한국으로 들어가겠다. 국제결혼을 하자”며 환심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피해 여성들이 받은 사진은 모두 도용된 사진이었고, 이들과 카카오톡을 한 장본인은 구속된 A씨 등이 아닌 총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총책은 피해자들과 카카오톡을 하기 위해 번역기를 돌려서 대화를 이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총책의 소재와 신원을 추적 중이다.
피해자가 해외계좌로 5만2000달러(약 5700만원)을 보낸 이후 피해자가 해외송금 한도 제한으로 더 이상 이체를 못하게 되자 A씨는 지난 11월29일 입국해 서울 중구 소재의 모 호텔에서 직접 1만5000 달러(약 1600만원)를 건네받았다. 하지만 카카오톡에서 자신을 백인이라 소개했는데 흑인인 A씨가 나온 점을 이상하게 여긴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돈을 받고 호텔에서 쉬고 있던 A씨를 체포했다.
돈을 받았다고 말한 뒤 A씨와 연락이 두절되자 총책은 A씨가 돈을 갖고 달아난 줄 알고 B씨와 C씨를 한국에 입국시켰고, 이들은 서울 용산구의 모 호텔에서 피해자에게 4000달러(약 437만원)를 전달받는 중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사기 혐의로 A씨 등 3명을 구속했고, 다른 피해자는 추가로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우리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저질러 모두 우리나라에서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