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로 옮긴 ‘朴정부’… 연내 朴 대면조사

입력 2017-12-18 07:58
왼쪽부터 김기춘, 이재만, 안봉근. 뉴시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마저 지난 15일 영어(囹圄)의 몸이 되면서 옛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고스란히 구치소로 자리를 옮긴 형국이 됐다. 서울구치소와 서울 동부·남부구치소에 수용된 이들만으로도 주요 직제 구성이 가능할 정도로 지난 정부 청와대는 초토화됐다.

국정농단의 ‘마지막 퍼즐’로 불렸던 우 전 수석은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검찰과 특별검사팀의 수사망을 비켜갔던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으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 수용됐다. ‘왕실장’으로 불렸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들의 구치소 선배다. 문고리 3인방 중 막내인 정호성 전 비서관은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이 2015년 2월 사임한 후 우 전 수석과 함께 청와대 권력의 중심에 섰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도 이곳에 있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화이트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다시 철창 신세를 지게 될 위기에 있다. 조 전 수석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 7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6개월여의 서울구치소 생활에서 벗어났다. 검찰이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윗선인 조 전 수석 등을 공범으로 적시한 상태여서 수의를 입게 될 청와대 인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국정농단 및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 등 적폐청산 수사를 통해 구치소 3곳에 분산 수용된 이들은 46명에 이른다.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7일 장남 결혼식에 “아비로서 해야 할 도리도 못한 채 아픈 마음으로 회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법적인 책임을 다하고 나가는 날 인사드릴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옥중서한을 보냈다. 이 전 비서실장은 국정원장 재임 시절 박 전 대통령과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올해 안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대면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40억여원을 뇌물로 받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사건의 정점으로도 지목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직접 조사는 불가피하며 조사 시기와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청와대에 상납된 돈의 사용처를 상당 부분 파악했다. 하지만 이에 깊숙이 관여한 최순실씨가 조사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최씨를 강제로 조사실에 앉힌다 해도 입을 열게 만들기 어렵다고 보고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을 곧장 조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