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당 장악 속도전… 당협위원장 29% 물갈이

입력 2017-12-18 07:44
이용구 자유한국당 당무감사위원장(오른쪽)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현역의원 4명을 포함한 62명의 당협위원장 교체 결정을 발표하며 관련 문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은 홍문표 사무총장.최종학 선임기자

자유한국당이 조직 혁신의 칼을 꺼내들었다. 친박(친박근혜) 핵심 서청원 의원을 포함해 4명의 현역 의원이 당협위원장 자격을 빼앗겼다. 한국당은 친박 청산과 부실 당협위원장 정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 홍준표 대표가 빠른 속도로 한국당을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박을 중심으로 당협위원장 자리를 박탈당한 인사들의 반발 강도가 변수로 부상했다.

이용구 한국당 당무감사위원장과 홍문표 사무총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현역 의원 4명과 원외 58명 등 모두 62명의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협위원장 직을 박탈당한 현역 의원 4명은 서청원(8선·경기 화성갑) 유기준(4선·부산 서구·동구) 배덕광(재선·부산 해운대구을) 엄용수(초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이다. 친박 좌장이었던 서 의원과 박근혜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유 의원은 친박 핵심으로 분류된다. 배 의원은 ‘엘시티 비리’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고, 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최근 기소됐다.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협위원장직 탈락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울먹이고 있다.뉴시스

또 류여해(서울 서초구갑) 최고위원과 권영세(서울 영등포구을) 박민식(부산 북구·강서구갑) 김희정(부산 연제구) 전 의원 등 원외위원장 58명도 물갈이 대상에 포함됐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10월 27일∼11월 9일 당무감사를 벌인 뒤 1권역(영남·서울 강남3구, 경기 분당)과 2권역(1권역과 호남 제외한 전 지역)의 커트라인을 각각 55점과 50점으로 확정했다. 한국당은 당무감사를 실시한 전체 214개 당협의 교체율은 29%라고 설명했다. 또 커트라인을 겨우 넘긴 현역 의원 16명과 원외 33명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한국당은 18일부터 20일까지 탈락자들의 재심 신청을 받기로 했다. 이후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물갈이된 당협의 새 위원장을 임명할 방침이다.

한국당은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는 점을 강변했다. 이 당무감사위원장은 “이번 당무감사는 어떠한 정치적 고려 없이 계량화해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일체의 정무판단 없이 계량화된 수치로 엄격히 블라인드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복당파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김성태(서울 강서을) 원내대표, 강길부(울산 울주) 이진복(부산 동래), 김영우(경기 포천·가평) 여상규(경남 사천·남해·하동) 홍철호(경기 김포을) 의원은 당협위원장 자리를 곧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구를 맡고 있던 원외 당협위원장이 커트라인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무성(부산 중구·영도구) 김용태(서울 양천을) 김학용(경기 안성) 의원 등의 지역구에서는 원외 인사들이 당협위원장 자리를 지켰다.

일부 탈락자들은 표적 심사라고 반발했다. 서청원 의원은 당무감사 결과를 보고받고 “고얀 짓이네. 못된 것만 배웠구먼. 당의 앞날이 걱정”이라고 말했다고 서 의원 측 관계자가 전했다. 유기준 의원은 “사실 관계를 우선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여해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홍 대표의 사당화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주장했다. 친박 핵심이었던 권영세 전 의원은 “2012년 대선의 중심에 있었던 제가 홍 대표로선 불편했겠지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친박을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할 경우 한국당은 또다시 계파갈등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