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감염 약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키워드 세가지

입력 2017-12-18 00:02 수정 2017-12-18 14:01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정혜원 이대목동병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16일 신생아 4명이 81분만에 잇따라 사망해 경찰 의료사고 전담팀이 투입돼 수사에 나섰다. 아이들 배가 볼록해져 있었고 호흡이 곤란했었다는 유족들의 진술에 따라 신생아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괴사성 장염 가능성이 제기 되고 있지만 전염성 질환이 아니어서 동시 사망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높다. 병원측도 전염병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하고 있다.

◇ 신생아 4명 동시 사망, 81분간 무슨 일이…

심정지는 오후 5시40분께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태어난 지 7주된 미숙아가 심정지를 일으켰다. 의료진의 20여분 심폐소생술 끝에 아기 심장박동이 돌아왔지만 7시 23분 두 번째 아이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그런데 30분 뒤 첫 번째 아이가 다시 심정지를 일으켰고, 밤 9시와 9시 8분, 세 번째, 네 번째 아이도 같은 증상을 보여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했다. 하지만 오후 9시32분부터 오후 10시53분 사이 4명 모두 숨졌다.

숨진 신생아 부모는 오후 11시7분쯤 경찰에 “아이가 2명 이상 죽었다. 중환자실이다. 심폐소생술을 4명의 아이가 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신고했다. 사고 당시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16명의 미숙아가 있었다.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지는 과정에서 병원은 안이하게 대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신고는 유족이 했고, 병원 측은 새벽 1시쯤 보건소에 사망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한겨레신문은 이 시각 양천구 보건소에 사고 사실을 알린 것은 경찰이라고 보도했다. 병원 측은 보건소의 확인 전화에 답만 했다뿐 자진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정혜원(오른쪽 두번째) 이대목동병원장을 비롯한 병원 관계자가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 끊임없는 의료사고 논란

이대목동병원은 최근 계속해서 의료사고 논란에 휩싸였었다. 지난 9월 요로감염으로 입원한 생후 5개월 영아의 수액통에서 수액통에서 날벌레가 나와 파문이 일었다. 병원은 수액을 주입한지 13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날벌레를 발견했다. 수액 제조 업체 잘못이 크지만 병원 역시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해 7월엔 신생아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결핵 확진을 받았다. 정부는 당시 석달 동안 중환자실을 이용한 신생아 166명의 감염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영아 2명과 직원 5명이 '잠복결핵' 양성판정을 받았다.

2013년 말부터 2014년 4월까지는 좌우가 뒤바뀐 엑스레이 필름으로 축농증 환자 570여명을 진료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120여명이 멀쩡한 쪽을 치료받아야 했다.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차량이 병원 출입구를 오가고 있다. 뉴시스

◇ 신생아 4명 동시 사망 원인은

의료계 안팎에서는 미숙아의 주된 사망 원인으로 폐렴과 감염,괴사성 장염 등을 꼽고 있지만, 한 병원 내에서 동시다발적인 심정지 발생은 이례적인 만큼 정확한 사인은 부검결과를 통해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병원 측의 안이한 대응으로 미루어 기계 시스템의 오작동이나 약물,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이들이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잇따라 사망한 사건은 병원 측의 해명대로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 이러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자 댓글과 신생아 커뮤니티 등에는 인큐베이터나 분유병, 주사기 관리가 잘됐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보건당국은 사건 접수 직후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병원 의료진과 의료장비 등을 대상으로 감염병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국과수에서도 부검과는 별도로 의료진이 사망한 아이들에게 투여한 약물을 전부 수거해 감식 중이다.

신생아들에 대한 부검은 18일 오전 8시30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분소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숨진 아기는 현재 영안실에 안치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