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18 때 광주 공군기지 전투기들, 기지 밖 ‘대피’

입력 2017-12-17 21:09
국민일보가 17일 입수한 비밀 해제 문건 ‘공군사 7집’에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공군 제1전투비행단의 작전 상황이 기술돼 있다.

비밀 해제 ‘공군사 7집’ 입수


특조위, 군 기록만으로

‘전투기 출격대기 사실 아니다’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

기록 삭제여부·他기지 명령 등

여러 가능성 열어놓고 조사 중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공군기지에 있던 전투기들이 ‘기지 방어’ 차원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내용을 담은 군 비밀 문건이 확인됐다. 당시 광주 공군기지 전투기들이 시위 진압을 위해 출격 대기한 게 아니라 기체 파손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다른 기지로 이동했다는 내용이다. ‘5·18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5·18특조위)’는 군의 공식 기록이 과거 정권에서 삭제됐거나 수정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관계자 진술과 민간 기록물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 10월 5·18특조위에 넘긴 2268쪽 분량의 5·18 관련 문건에는 5·18 당시 전투비행단 전개와 특전사 작전 상황 등이 포함돼 있다. 국방부는 합동참모본부, 각 군 본부 및 예하 부대 등을 대상으로 5·18 관련 기록물을 확보했고 비밀해제 조치 등을 거쳐 5·18특조위에 제출했다. 이들 문건 가운데 국민일보가 입수한 ‘공군사 7집’에는 1980년 5·18 당시 광주에 있는 공군 제1전투비행단의 작전 상황이 담겨 있다. 3급 비밀로 묶여 있던 공군사 7집에는 1978년부터 1982년까지 공군 각 부대의 이력과 전투기 전개 상황 등이 기재돼 있다.

공군사 7집 내용 중 1980년 5월 18∼24일 상황을 담은 부분에는 전투기 출격대기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기록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기지 방어에 원활을 기하고자 광주기지 보유 항공기가 (5월 21일로 추정) 20시50분부터 21시45분 사이에 제105전투비행대대의 F-5E/F 18대와 조종사 19명이 예천기지로 전개하고, 제123전투비행대대의 F-5A 14대와 조종사 14명은 청주기지로, F-5B 2대와 조종사 2명을 대구기지로 각각 전개하였으나 5월 24일 전 항공전력이 본기지로 귀환을 완료했다’고 기록돼 있다.

광주기지에 있던 항공기들이 5월 21일 전후로 광주기지를 이륙해 경북 예천이나 충북 청주, 대구 기지 등으로 이동해 사흘 정도 머무르다 광주기지 등 모(母)기지로 모두 복귀했다는 것이다.

항공기들이 광주기지를 떠난 5월 21일 당시는 광주 금남로와 충장로에서 계엄군과 시민군 간 공방이 격화되던 시점이었다.

다만 제105, 제123전투비행대대 소속 전투기와 조종사들이 당시 광주기지에 주둔하다가 곧바로 다른 지역으로 전개했는지, 특정 지역을 경유했는지는 불분명하다. 5·18특조위 관계자는 "이 자료만을 근거로 조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군사 7집 등 군 기록만을 근거로 전투기 출격대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5·18특조위는 다른 기지에서 전투기 출격대기 명령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5·18 당시 수원 제10전투비행단 101대대에 근무했던 F-5E/F 전투기 조종사 2명의 진술도 확보했다. 이들 2명은 "5월 21∼22일 비행단에 출격대기 명령이 내려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5·18 당시 계엄군 헬리콥터가 광주시민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는 의혹도 진상규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5·18특조위는 현재까지 실제 헬기 사격 작전에 동원됐던 조종사, 무장사 등의 증언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5·18특조위는 계엄군이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 진입하기 직전 헬기 사격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합참이 보관 중이던 대외비 문건 '현안문제 관련자료'에 따르면 11공수여단 611대대 4중대는 1980년 5월 27일 오전 1시 전일빌딩 장악 작전을 시작했다. 5·18특조위는 이날 공수여단이 전일빌딩에 침투한 오전 4시40분 이전에 침투 부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헬기 사격이 가해졌을 개연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헬기 사격 작전을 수행한 부대명과 작전 상황 등에 대한 군 내부 자료를 찾지는 못했다. 5·18특조위는 당초 지난달 30일이었던 조사 기한을 내년 2월 10일로 연장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