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출산하러 병원 갔다가… 30대 산모 ‘뇌병변 장애’ 날벼락

입력 2017-12-17 21:05 수정 2017-12-17 21:11

제왕절개 수술 중 실수로 출혈
산부인과, 혈액 준비도 안돼

이송된 대학병원도 지각 치료

두 병원 과실 인정 8억 배상 판결

대형 산부인과에서 30대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을 받다 뇌병변 장애를 앓게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병원은 수혈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수술을 진행하다 출혈을 일으켰고, 타 병원 이송조치도 늦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환자를 이송 받은 대학병원마저 조치가 느려 사고를 키웠다. 법원은 두 병원의 의료 과실을 인정하고 8억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임신 39주였던 A씨(32·여)는 2015년 6월 출산을 위해 인천의 한 대형 산부인과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분만촉진제인 옥시토신을 투여하고 유도분만을 시도했다. 하지만 태아 심박동 수가 1분당 80∼90회로 감소하는 등 태반조기박리(출산 전 태반이 떨어짐)가 의심되는 응급상황이 발생했고 보호자 동의를 받아 응급제왕절개 수술을 실시했다.

분만은 성공했지만 산모에게서 혈뇨 증상이 발견됐다. 1200㏄ 가량의 출혈이 발생했지만 해당 산부인과는 수혈에 필요한 혈액을 준비하지 않아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A씨는 1시간 25분이 지난 뒤에야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인근 대학병원에서도 조치는 비슷했다. 해당 병원은 환자의 출혈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멈추기 위한 수술을 4시간10분 뒤 진행했다. A씨는 당일 심정지 쇼크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A씨는 서울 대형 병원으로 다시 이송된 뒤에야 치료를 받고 회복했지만 뇌병변 3급 장애를 갖게 됐다. 뇌병변 장애는 뇌성마비, 외상성 뇌손상, 뇌졸중 등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인해 발생한 신체적 장애를 뜻한다.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일하던 A씨는 회사를 퇴직하고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A씨와 가족은 2015년부터 대형 산부인과와 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년여 동안 법정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산부인과 측이 수술 과정에서 의료사고를 낸 사실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산부인과에 대해 “A씨의 좌측 외음부 동맥은 제왕절개 수술과정에서 흔히 손상되는 혈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손상됐다”며 의료 과실을 인정했다. 또 “수혈이 필요함에도 따로 혈액을 준비하지 않았고, 전원 조치도 늦었다”고 판시했다.

대학병원에 대해서는 “자궁동맥 등 혈관으로부터 출혈이 발생한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즉시 출혈을 멈추기 위한 외과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3부(이태우 부장판사)는 최근 A씨와 그 가족이 의료 과실 의혹을 제기하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산부인과와 대학병원에 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두 병원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글=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