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봉 센 금융권엔 장애인이 없다… 의무고용, 돈으로 때워

입력 2017-12-17 21:01 수정 2017-12-17 21:06

민간社 장애인 의무 고용률 2.9%
기준 어겨도 부담금 ‘솜방망이’

은행권 고용률 준수기업 3% 그쳐

삼성생명, 3년째 의무 기준 미달



獨, 의무 기준 5%로 규정했지만

대기업 중 위반사례 찾기 힘들어

고액 연봉자가 즐비한 금융회사들이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고 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대표 김창수)은 3년째 장애인 의무고용 기준 미달이다. 은행권은 의무고용률을 지킨 기업이 3.0%에 그친다. ‘사회적 책무’를 준수하기보다 부담금 지출을 선택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 대기업일수록 장애인 고용에 적극 나서는 모습과 대비된다.

국민일보가 17일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금융회사 장애인 고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의무고용 기준을 충족한 회사 비중이 보험 18.8%, 카드 11.1%, 증권 8.7%, 은행 3.0%에 그쳤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민간 기업은 전체 정원 중 2.9%를 장애인으로 의무 고용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3.2%가 기준이다.

의무고용 대상 업체가 가장 많은 보험업의 경우 112곳 중 91곳이 기준치를 밑돌았다. 큰 회사일수록 장애인 고용에 무관심했다.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전체 5386명의 상시 근로자 가운데 73명(1.36%)만 장애인이다. 삼성생명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의무고용률을 어겼다. 삼성화재(2.21%)와 삼성카드(2.53%)도 의무고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금융회사들이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는 이유 중 하나로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 민간 기업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어기면 미준수 인원당 80만∼130만원의 부담금을 부과한다. 지난해 삼성생명이 낸 부담금은 6억4200만원에 불과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애인 고용 책임을 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지난 15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찾아 “장애인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말한 배경에도 이런 문제점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와 달리 해외 기업은 규모가 클수록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이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5%로 규정한 독일에서 이 기준을 위반하는 상시 근로자 1000인 이상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거대 유통기업인 메트로 그룹은 장애인 4829명(지난해 기준)을 고용하고 있다. 의무고용률을 훨씬 웃돈다.

국내에서도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는 기업이 있다. LG전자는 2013년 환경미화, 기숙사 관리 등을 맡는 자회사 ‘하누리’를 설립했다. 지난 8월 현재 이 회사 상시 근로자 가운데 장애인 비율은 64%나 된다.

세종=신준섭 기자, 안규영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