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충칭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았다. 한국 대통령이 충칭 임시정부 청사를 찾은 건 처음이다. 이번 방중 일정의 마지막으로 이곳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뿌리’라고 표현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청사 건물 앞에 우뚝 선 문 대통령의 모습은 과거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 요인들을 떠올리게 했다.
16일 오전 충칭 시내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해 유적지를 둘러보고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청사를 돌아보기에 앞서 청사 내 김구 선생의 흉상 앞에서 묵념하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선열의 희생에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청사 회의실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과의 다과회를 가지며 이달 선생의 장녀인 이소심 여사 등 후손들이 충칭 임정 청사 보존을 위해 노력해 준 데 대한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구 선생의 활동 자료와 집무실을 꼼꼼히 살폈다. 김구 선생이 쓰던 ‘주석 판공실’에 입장해 김구 주석의 책상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책상 뒤에 놓인 작은 침대를 한동안 어루만지기도 했다.
청사 앞 계단 길에서 촬영한 기념사진은 과거 임시정부 요인들이 남긴 사진과 비슷한 구도로 연출했다. 1945년 11월 3일, 임시정부 요인들이 환국 20일 전 충칭 임시정부 청사 앞에서 촬영한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당시 주석으로서 사진의 가장 가운데 자리했다. 김구 선생의 왼쪽에는 김규식 부주석, 오른쪽 끝에는 신익희 선생이 있었다.
72년이 흐른 뒤 충칭 임시정부 청사 앞에는 문 대통령 내외와 독립유공자들의 후손들이 우뚝 섰다. 과거 김구 선생의 자리에 선 문 대통령 내외는 경건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봤다. 참석자들 역시 차렷 자세로 포즈를 취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1919년이 대한민국의 시작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2019년 건국 100주년을 기념해 국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선언했다. 박근혜정부가 광복일인 1945년 8월 15일 건국일이라 지칭하며 불러온 건국절 논란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중국 각지에 흩어진 과거 우리 독립운동 사적지가 제대로 보존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때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에 대해 말했고, 시 주석도 이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여기 와서 보니 우리 선열들이 중국 각지를 떠돌면서 항일 독립운동에 바쳤던 피와 눈물, 그리고 혼과 숨결을 잘 느낄 수 있었다”며 “우리 선열들의 강인한 독립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인스타그램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광복을 맞아 환국할 때까지 사용했던 충칭 청사를 찾아 김구 선생의 흉상에 헌화하고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보고 만졌다”며 “머나먼 이 곳에서 조국 독립의 소식을 듣고 서로 기뻐하며 얼싸안았을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의 뿌리이며 정신이다.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충칭 임시정부는 1940년 4월부터 1945년 해방을 맞을 때까지 머물렀던 곳이다. 대지 1300㎡, 건축면적 약 1770㎡ 규로모 중국에 있는 임시정부 청사 네 곳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임시정부가 충칭에 머문 6년은 중국 지역에서의 독립운동 기간 중 가장 중요하고 활발했던 시기로 평가받고 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