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서 죽 쑨 개미들, 비트코인 ‘불나방’ 되나

입력 2017-12-16 07:40

개인투자자들이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스닥이 조정을 받자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가상화폐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24시간 매매가 가능한 가상화폐 시장은 주식보다 변동성이 훨씬 큰 ‘투기판’에 가까워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코스닥시장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약 3423억원을 순매수했다. 성적표는 저조했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상위 10개 종목 중 ‘투자 경고’를 받은 종목을 제외한 9개 종목 평균 상승률은 -9.8%였다. 코스피시장에서도 개인 순매수 10위권 종목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주식시장은 지난달 말부터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급격히 힘이 빠졌다. 연말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산타 랠리’를 기대했던 개미들은 죽을 쑨 셈이다.

‘한방’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가상화폐 시장으로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주식 투자에서 비트코인 투자로 옮긴 직장인 김모(29)씨는 “증시에선 개미들이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기관·외국인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개발자들이 실시간으로 트위터 등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가상화폐가 투자하기 더 낫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금은 코스닥에 육박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월별 가상화폐 거래금액은 올해 초 약 3000억원에서 지난달 56조원이 넘는 규모로 급증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180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지난달 말 기준 올해 코스닥시장 한 달 평균 거래대금(70조890억원)의 80%에 달했다. 빗썸 월별 비트코인 거래액이 각각 전달에 비해 약 4배, 2배로 껑충 뛰었던 지난 5월과 8월 코스닥 월별 거래대금은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다.


임상국 KB증권 종목분석팀장은 “코스닥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투기성향이 강한 편인데 상당수가 최근 가격이 급등한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12일(현지시간) “암호화폐 비트코인 열풍은 금융지식을 갖지 않은, 아시아의 평범한 개인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일본 등에선 상대적으로 전문가들이 가상화폐에 관심을 갖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주식시장의 조정세가 멈추면 바뀔 것으로 본다. 4분기 기업 실적 예상치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등이 주식시장에 우호적이라는 것이다. 임 팀장은 “다음 달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 가상화폐 시장으로 눈을 돌렸던 개인투자자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상·하한가 제한, 과열종목지정제 등이 마련된 주식시장과 달리 가상화폐 시장엔 투자자보호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을 들어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날 코스닥지수는 1.47포인트 오른 771.82에 마감했다. 전날 장 막판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도 12.59포인트 오른 2482.07에 장을 마쳤다.

글=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