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일에 찌든 한국인… 1년에 휴가 6일도 못 쓴다

입력 2017-12-16 07:38

‘일과 가정 모두 중요하다’는 인식이 늘고 있지만 일·가정 양립을 위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었다. 근로시간은 줄었지만 휴가일수도 함께 줄었고, 결혼·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육아 및 가사에 대한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돼 있어 여성의 활발한 사회활동 참여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통계청은 15일 ‘2017 일·가정 양립지표’를 발표했다. 일과 가정이 모두 중요하다는 인식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출산휴가제에 대한 국민 인지도는 2015년 80.7%에서 올해 81.7%로 올랐고, 육아휴직제 인지도 역시 같은 기간 77.3%에서 79.4%로 높아졌다. 실제 두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늘었다. 출산휴가제를 시행하는 기업은 81.1%, 육아휴직제를 도입한 기업은 59.1%였다.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유연근무제 역시 인지도와 도입률 면에서 향상됐다.

그러나 평균 휴가일수는 되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2010년 7.5일에 달했던 연간 휴가일수는 지난해 5.9일로 떨어졌다. 지난 1년간 휴가를 사용한 사람의 비중은 64.2%로 2008년 이후 60% 초중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지만 정작 휴가를 통해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은 줄어든 셈이다.

반면 근로시간이 감소추세인 점은 일·가정 양립 차원에서 고무적이다. 지난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1인당 월평균 총 근로시간은 176.9시간이었다. 10년 전 191.2시간에서 14.3시간 감소했다. 문재인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근로시간은 향후 더 감소할 여지도 있다. 초과근로 역시 12.7시간으로 10년 전에 비해 4.4시간 줄었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여성 비중은 여전히 높았다. 15∼54세 비취업여성 중 51.3%는 경력단절로 일을 그만뒀다고 응답했다.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여성 중 46.3% 역시 과거 경력단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여성 중 경력단절을 경험한 비중은 2014년 40.1%에서 되레 높아졌다. 30대 취업여성의 경우 40.6%가 경력단절의 이유로 임신·출산을 꼽았다. 16.4%는 육아가 경력단절 사유였다.

자녀 연령별로 살펴보면 여전히 출산·육아 책임이 여성에 집중되는 현상을 살펴볼 수 있다. 6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률은 44.9%에 불과했다. 7∼12세 자녀를 둔 경우 59.5%였다. 반면 남성은 자녀의 연령에 상관없이 90% 중반대의 고용률을 유지했다.

육아휴직자 수 역시 남녀 격차가 현격했다. 지난해 여성 육아휴직자 수는 8만2179명이었던 반면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7616명이었다. 출산 후 육아는 여전히 여성 몫이었던 셈이다. 다만 남성육아휴직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일명 ‘라테파파’로 불리는 남성육아휴직자 수는 전년대비 56.3%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한 자녀에 대해 부모가 연이어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육아휴직급여를 더 지급하는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가 시행되면서 남성 육아휴직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라테파파가 늘면서 여성 육아휴직자 수는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대비 288명(0.3%) 감소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