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목표였던 사드 보복 철회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양국 경제 채널의 복원을 선언하고, 양국 간 다양한 교류협력 의사를 공개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면담에서 사드 배치 이후 경색됐던 양국 간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면담 모두발언에서부터 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총리님과 처음 만나기까지 6개월이 걸렸는데 두 번째 만남은 불과 한 달 만에 이뤄졌다”며 “한·중 관계 회복 및 발전 속도가 그만큼 빨라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일주일이 지나면 중국에 동지가 온다. 동지라는 말은 겨울철이 지나간다는 뜻이고 봄이 찾아온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중 관계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리 총리는 이어 “양측은 모두 봄날의 따뜻함을 기대하고 있다”며 “중·한 관계의 봄날도 기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두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의 회담 내용은 경제 사회 체육 등 각 분야를 넘나들었다. 리 총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2022년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중국은 한국의 동계올림픽 조직 경험을 배울 것이며, 올림픽 기간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해 경기를 관람하고 관광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2022년을 양국 상호 방문의 해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리 총리는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세먼지 공동 저감, 의료협력 및 서해 수산자원 보호, 4차 산업혁명 공동 대응, 인적·문화 교류 분야의 협력도 제안했다. 리 총리는 이에 대해 “중·한 간 근본적 이해충돌이 없으며 상호 보완적 협력은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 협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리 총리는 이어 “문 대통령께서 어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동했고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양국은 민감 문제를 잘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저는 중·한 관계의 미래를 확신한다. 양국은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드 문제를 우회 언급하긴 했지만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도 희망했다. 리 총리 역시 “이른 시일 내에 개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리 총리 회담에 앞서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을 만나 의회·정당 간 교류 활성화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와 전인대 간 긴밀한 교류와 소통이 필요한 만큼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고, 장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방중은 양국 관계 회복 발전에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방중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이징대 연설에선 “‘두 사람이 마음을 함께하면 그 날카로움은 쇠를 절단할 수 있다(二人同心 其利斷金)’는 말이 있다”며 “한국과 중국이 함께 힘을 합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이뤄내는 데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