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지기 지저스 터치] 통성기도의 마음

입력 2017-12-15 13:50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 일입니다. 또래 여학생이 옆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어찌나 예쁘고 하얗던지. 숙맥처럼 멀리서 곁눈질할 뿐 애를 태웠습니다.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학생이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일요일에 뭐하니?”


빵집으로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떨렸습니다. 여학생은 빵을 먹자 교회로 가자고 했습니다. 어디든 못 따라갈까요. 그러나 예배가 시작되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성도들이 울부짖기 시작했습니다. 곳곳에서 박수와 방언이 터졌습니다. 여학생은 어느새 일어나 저를 구원해 달라고 외쳤습니다. 광신도 단체인가. 오금이 저렸습니다. ‘하나님.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 용기를 내 교회를 나와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나중에 광신도가 아니라는 소식을 접했지만 통성기도는 사춘기 짝사랑을 박살내버린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페북지기 지저스터치 세 번째 이야기 주제는 통성기도입니다. 지난 10일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통성기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루 동안 50여 건의 의견이 올라왔습니다. 조영식씨는 보수적인 교회를 다녀 통성기도에 거부감이 있었으나 생각이 달라졌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20대 후반에 진정한 성령체험을 한 뒤 통성기도를 이해하게 됐다”면서 “예배 중에는 나와 주님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통성기도나 방언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고 적었습니다.

김윤성씨는 성도들이 통성기도를 받아들이게 된 드라마틱한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예배 중 목사님이 주여 삼창을 해도 누구도 따라하지 않았는데, 꼬마가 혼자 주여~ 하며 소리를 쳤다”면서 “그 모습을 본 성도들이 형식적인 기도에 사로잡혔던 생각을 뉘우치고 다함께 통성기도를 했다고 한다”고 썼습니다. 김씨는 “때와 장소를 가린다는 전제 하에 마음을 쏟아놓고 부르짖는 통성기도에 큰 은혜와 성령을 체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박주연씨는 “고등학교 때 교회 수련회를 가면 인도자들이 ‘크게, 더 크게’하며 통성기도를 요구해 부담스러웠다”면서 “심지어 그들은 기도회가 끝나고 목소리가 쉬지 않으면 잘못됐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김경수씨 또한 “통성기도가 오히려 옆사람을 의식하게 만들어 가식적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면서 “기도에는 배려가 필요하며 남이 듣기 싫은 기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비판적인 의견이 있지만 남에 대한 배려가 전제된다면 통성기도야말로 성령을 뜨겁게 느끼는 체험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미션라이프 사무실 옆에는 회의실이 있습니다. 매일 아침 기독 사우들이 이곳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통성기도와 방언을 합니다. 시끄럽다고 짜증을 내는 제게 A선배가 ‘넌 남을 위해 저렇게 울어본 적 있나. 난 아름답게 들리는데’라고 했습니다. 귀를 기울이니 그들은 정말 남을 위해 울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A선배가 아파 잠시 회사를 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걱정하는 카톡을 보내자 ‘나로 인해 네 믿음이 성숙해진다면야 기꺼이 감내해야지’라는 답장이 돌아왔습니다. 문자를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주여’를 외치고 쾌유를 기도했습니다. 아… 다들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통성기도에 대한 오래된 오해가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