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간에 이름 새긴 외과의사… “전례가 없는 일”

입력 2017-12-15 13:43 수정 2017-12-15 15:41
픽사베이

영국 외과의사가 환자 장기에 본인 이니셜을 새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영국 형법상 전례가 없는 초유의 사건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외과의사 시몬 브렘홀(Simon Bramhall)은 2013년 2월과 8월, 환자 2명의 간에 자신의 이니셜 ‘SB'를 새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간, 비장, 췌장 분야의 전문의인 그는 수술 중 아르곤 광선을 이용해 간장 출혈을 막은 뒤 이니셜을 새긴 것으로 조사됐다.

브렘홀이 남긴 글자는 그의 환자가 다른 의사에게 수술 받는 도중 발견됐다. 브렘홀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간에 이니셜을 남긴 건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곤 광선으로 새긴 글자가 장기 기능을 손상시키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히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버밍엄 퀸 엘리자베스 병원에서 근무한 브렘홀은 이 사건이 알려진 후 고문의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내부 징계조사위원회가 사건을 조사하는 동안 스스로 병원을 떠났다.

검사 측은 브렘홀이 환자의 신뢰를 남용했다며 “마취된 환자에게 의도적으로 불법적인 힘을 사용했다. 환자의 간에 글자를 표시하는 행동은 고의적이고 의식적인 행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재판 증인으로 나선 전문의학자 토니 바덴노크는 “매우 특이하고 복잡한 사건”이라며 “윤리적인 잘못이 아닌 범죄 유무를 밝혀내는 게 판결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렘홀은 2010년 성공적인 간 이식수술로 화제 된 인물이다. 당시 기증자의 간을 이송 중이던 비행기가 버밍엄 공항으로 추락했고, 불타는 비행기에서 회수된 간으로 이식수술을 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브렘홀에 대한 법원 선고는 내년 1월 12일에 있을 예정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