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선물을 떠올린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고 나눌 때의 기쁨은 받는 기쁨에 비길 수 없다. 사람들은 길거리 구세군 자선냄비에 한 번쯤은 기분 좋게 돈을 넣으며 생각한다.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 힘든 이웃들을 돌아보자.’ 지금은 서로를 위해 나누는 시기이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몹시 가난했지만 크리스마스 몇 달 전부터 돈을 조금씩 모아 동네 청소부 아저씨들과 크리스마스 날 탔던 버스안내양 누나에게 작은 선물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크리스마스는 사랑과 평화와 나눔의 상징으로 모두에게 각인돼 있다. 하지만 크리스천은 우리 죄를 위해 가장 큰 사랑으로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이 이 날의 주인공임을 잊어선 안된다. 그래서 이 달에 함께할 찬송은 과거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넘버원 캐럴인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새벽송을 조용히 부르던 이 찬송을 추억할 것이다.
작시자인 모어(1792~1848)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 있는 가톨릭교회 신부로 봉직하면서 교회 오르가니스트였던 그루버(1787~1863)와 함께 1818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마을 사람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를 선사하고자 크리스마스 노래를 만들었다. 모어 신부는 크리스마스만 되면 느꼈던 감정을 토대로 독일어로 시작되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Stille nacht Heilige nacht)’의 노랫말을 만들었다. 이 곡을 크리스마스이브에 발표하려 했으나 풍금이 고장 났다. 수리공을 불렀지만 발표 때까지 수리하지 못해 결국 작곡자 그루버는 기타를 들고 모어 신부와 이 찬송을 같이 불렀다. 그때 공연을 함께했던 풍금 수리공이 큰 은혜를 받고 유럽순회를 하는 슈트라서 어린이합창단에게 이 곡을 주어 유럽 전역, 온 세상으로 퍼지게 했다. 이 찬송을 듣는 사람들마다 “하늘에서 온 노래(The song from heaven)”라며 큰 감동을 받았다. 찬송은 원래 6절까지 만들어졌으나 영어로 번역되고 다시 우리나라 찬송가에 실리면서 4절로 됐다.
이 찬송의 일화는 너무나 많지만 한 가지만 소개하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191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벨기에의 접경지역에서 영국군과 독일군이 전쟁 중 독일군 병사가 조용히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렀다. 영국 군사들이 환호하며 정전을 맺었는데, 이것을 ‘크리스마스 정전’이라 말한다.
이 찬송은 제목 그대로 고요함과 거룩함이 느껴지는 단순한 선율로 이뤄져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깊은 여운과 울림을 주는 곡조다. 예수님께서는 천한 말구유에서 탄생하셨지만 그 탄생의 의미는 우리 모두의 죄를 담당하신 가장 위대한 사랑의 시작임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많은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끝나가고 있지만 작은 사랑의 마음과 실천들이 모여서 큰 희망의 빛을 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찬송을 조용히 부르며 아기 예수께서 탄생하신 그 순간으로 돌아가 동방의 박사들처럼 기쁨의 경배를 드리자.
김진상 백석예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