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성도, 교회 성장에 힘될까 방해될까

입력 2017-12-15 13:37 수정 2017-12-15 19:54
가나안신자들이 점점 증가하고 이들을 위한 ‘가나안교회’마저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지난 7~14일 문자와 카카오톡, 이메일 등을 통해 가나안신자 및 가나안교회 설립이 증가하는 현상이 바람직한지 개신교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물었다.


응답자들은 기대반 우려반이라고 이구동성이었다. 우려한다는 입장은 “가나안교회 때문에 교인을 빼앗겨 문을 닫게 될 것이라 걱정하는 기성교회는 거의 없다”면서도,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기성교회를 약화시킬지 모른다고 했다. 반면 기대 입장은 “여러 사정으로 교회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했다.

영국의 전도단체 암노스유럽선교회 대표 최종상 선교사는 가나안교회 등장에 우려 입장을 나타냈다. 최 선교사는 “교회의 본질은 하나님 나라라는 가치를 실현하고 확장하는 선교활동에 있다. 모이기에 힘쓰라는 주님의 말씀을 제대로 지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회학교살리기운동본부장 김성기 목사는 “건강하지 않은 교회운영에 실망해 교회를 떠난 신자를 적지 않게 봤다. 하지만 가나안교회를 찾기보다 좋은 기성교회를 찾아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하나님나라 확장에 힘을 합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한국교회 각성을 촉구하는 의견도 줄을 이었다. 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 총무이사 백영찬 장로는 “부끄러운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영적 지도자들이 통회할 일이라고 했다.

기독문화선교회 서정형 대표는 “상처 받고 교회를 떠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진정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고민하고 자숙하게 된다”고 했다.

정함철 행동하는양심실천운동본부 대표는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교회가 사회갈등 문제를 말씀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회피하면서 교인 개개인의 몫으로 돌리다보니 교인들이 교회에 담을 쌓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목회자와 성도들의 회개와 새 각오도 잇따랐다. 서울역 노숙인구호단체인 십자가선교회 대표 이재민 목사는 “주님의 종인 제가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지 못해 많은 교인이 떠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제가 죄인 중의 괴수다. 예수님처럼 낮은 자리에서 섬기지 않은 죄를 회개한다. 남은 여생동안 신실한 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목사는 “초대교회 사도처럼 온전히 기도하고 말씀전하는 목회자가 될 때 떠났던 가나안신자들이 다시 돌아올 줄 믿는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 분당중앙교회 이송배 장로는 “교회가 유리알처럼 투명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구제와 선교, 양육 등에 한국교회의 새로운 방향 정립이 필요한 때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교회언론회 심만섭 사무총장은 “가나안신자들을 돌보는 교회가 있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고 그나마 다행”이라며 ”그들도 한국교회의 신자다. 새 교회에서 잘 정착하고 하나님 나라 확장에 쓰임 받길 바란다”고 했다.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는 교인이동에 따른 목회자들의 틈새시장 공략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각자 종교성향이 다르고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가나안교회 등장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가나안교회는 현실감과 생동감이 부족해 계속 머물기보다 기성교회로 다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감독 윤학렬 집사는 “가나안교회는 기성교회가 교회다움을 잃어버리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왜 그들이 기성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가나안교회에 나가는지 반면 교사로 삼아야한다”고 했다. 또 “예전엔 교회가 세상을 리드했는데 요즘엔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