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밖으로 튀어나온 심장… 3주째 살아있는 ‘아기 천사’

입력 2017-12-15 13:11
BBC 캡처

영국의 한 병원에서 심장이 몸 밖으로 나온 채 태어난 아기가 3주째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심장 전위증’을 앓는 아기가 살아남은 사례는 영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바넬로피 홉 윌킨스는 3주 전 영국 레스터 글렌필드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아기는 가슴뼈가 없고 심장이 몸밖으로 나오는 ‘심장 전위증’을 갖고 출생했다. 이는 100만명 중 8명의 확률로 나타나는 기형으로 생명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이다.

태어나자마자 수술실로 옮겨진 바넬로피는 세 차례에 걸쳐 심장을 가슴 안으로 넣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에는 산부인과, 심장외과, 마취과 의사, 신생아 담당 전문가, 조산사 등 50명이 넘는 의료진들이 참여했고, 바넬로피의 심장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수술 뒤 가슴 부근에 남은 구멍을 아기의 피부로 메우는 수술을 했다.

그리고 바넬로피는 3주째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심장 전위증을 앓는 아기가 살아남은 것은 영국에서 처음 있는 사례다.


‘심장 전위증’을 가진 아기는 대개 사산되지만 엄마 나오미는 BBC에 “초음파 검사 때 아기의 심장이 몸 밖으로 나온 것을 보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매우 무서웠지만 출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 검사를 진행한 이 부부는 아기에 염색체 이상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출산을 결심했다고 한다.

아빠 딘은 “의사들은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임신중절수술을 제안했다”며 “우리 말고는 그 누구도 아기가 이겨낼 것이라 확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오미 역시 “임신 중절은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9주까지 아기의 심장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며 “그 심장이 어디 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고 밝혔다. 또 “강인하게 버텨준 바넬로피 덕분에 출산까지 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태어나고도 3주째 무탈하게 생명을 유지하는 딸의 모습에 부모는 “진정한 전사”라고 말했다.

몸 밖으로 튀어나온 심장

바넬로피의 출산 예정일은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었다. 하지만 심장이 바깥으로 나와 감염이나 충격이 가해질 수 있어 11월에 제왕절개로 세상에 나왔다.

글렌필드 병원의 심장병 전문의는 “(바넬로피가) 태어나기 전에는 희망이 없어 보였지만 지금은 훨씬 나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바넬로피가 잘 버텨줬고 회복력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아기의 몸속에서 심장을 감싸는 보호 기구를 삽입하는 수술을 진행할 것”이라며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아기와 함께 자랄 수 있는 장기 등을 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심장 전위증을 갖고 태어난 아기가 이를 극복해 살아난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12년 미국 텍사스에서 같은 기형을 갖고 출생한 오드리나 카르데나스의 경우 바넬로피와 같은 수술을 받아 세 달 뒤 퇴원했고, 가슴을 감싸는 플라스틱 보호막을 착용해 살아났다고 한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