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임아웃의 효과가 있었는지, SK는 활기찬 수비와 그에 이은 득점을 조금씩 쌓아 갔다. SK가 근소하게나마 전자랜드에 비해 리바운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SK 선수들은 경기 내내 브랜든 브라운(전자랜드)이 공을 잡을 때 철저한 협력수비를 펼쳤다. 4쿼터 막판 페인트 존 밖에서 공을 잡은 브라운에게 순간적인 더블팀이 들어가자 브라운은 움직이지 못했다. 그가 가까스로 인사이드에 패스를 찔러 골밑슛이 성공됐지만, 공격 제한시간 24초가 지난 후였다.
애런 헤인즈의 트리플 더블 활약 속에 SK가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다. 다만 전자랜드도 박찬희(전자랜드)의 리딩을 중심으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5점 안팎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짜여진 플레이로 골밑을 공략, 참을성 있게 2점씩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정효근(전자랜드)은 엔드라인에 막혀서도 노룩패스로 어시스트를 올렸다. 경기종료 직전에는 오히려 ‘끝내기’의 기회가 전자랜드에게 왔다. 4쿼터 종료까지 9.7초를 남긴 68대 68 상황에서 브라운이 박찬희의 인바운드 패스를 받았다. 시간을 흘려보낸 그의 선택은 3점슛이었는데, 림을 튕겨 나왔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2차 연장 끝에 경기를 내준 뒤 브라운의 이 슛을 아쉬워했다. 유 감독은 “브라운이 확률 높은 공격을 해 줘야 한다. 마지막에도 외곽슛보다는 인사이드 공격이나 패스를 했어야 한다”고 코멘트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잘 해 줬다”면서도 “해결해 줬어야 할 상황에서 영리하지 못한 플레이를 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등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장 승부를 더욱 조마조마하게 지켜본 쪽은 문 감독으로 보인다. 문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실에 들어오며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동으로 ‘휴’ 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연장 끝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한 뒤, 문 감독은 “어차피 잠을 못 이룰 것 아니냐”며 숙소 식당에 과자를 늘어놓고 선수단 미팅을 열었다고 한다. 한밤중까지 4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 자리에서 선수단은 서로 “내가 잘못해서 진 것”이라 미안해했다. 28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울분을 토로하는 선수도 있었다 한다.
문 감독은 “민수(김민수), 부경이(최부경)가 굉장히 수고가 많았다”고 칭찬했다. 둘은 브라운을 14점으로 봉쇄하면서, 공격에서는 브라운보다 많은 15점, 19점을 각각 득점했다. 최부경은 2차 연장에서만 4개의 오펜스 리바운드를 따내는 활약을 펼쳤다. 팀내 ‘궂은일’을 맡은 데 대해 최부경은 “스크린 하나, 리바운드 하나에 다른 선수들이 신나게 플레이할 수 있다면 나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그런 역할을 필요로 하시니까 저를 써 주시는 것”이라며 “주어진 임무를 매사 열심히 하고, 틈틈이 자기개발을 하듯 슈팅을 연습한다면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다른 팀끼리도 코트에 넘어진 선수를 일으켜 세워 주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정영삼(전자랜드)은 헤인즈에게 반칙을 한 뒤 손을 내밀어 미안하다고 표시했고, 헤인즈는 괜찮다고 정영삼을 툭툭 쳤다. 크게 넘어지며 농구대에 머리를 부딪힌 최부경에게 조시 셀비가 다가가 손을 내미는 모습도 보였다. 판정 논란 속에 있지만, 문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저 ‘동업자 정신’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