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면 든 호스피스 환자, 신체·장기 기증으로 사랑 전해

입력 2017-12-15 09:53
한 호스피스 말기암 환자의 따뜻한 사랑 나눔이 매서운 한파를 녹이고 있다.

국제성모병원은 폐암 말기로 호스피스병동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지난 9일 끝내 사망한 양모(87) 씨 가족들이 고인의 생전 유지에 따라 의학 발전을 위해 가톨릭의대에 신체를, 병원 측에 안구를 각각 기증했다고 15일 밝혔다.

살아생전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양 씨에 대해 가족들은 평소에도 이웃에게 사랑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쉽지 않았을 신체 및 안구 기증 결정에 유족들은 “아직 국내에서 신체·장기 기증이 활발하지 않지만, 기증에 대한 아버님과 어머님의 생각은 남다르셨다”며 “이미 신체·장기 기증에 대한 동의를 생각하셨던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고인의 아내 최영순(82) 씨 역시 신체와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사연은 인천 국제성모병원서 열리고 있는 호스피스 사진전 ‘누구도 홀로이지 않게, 다큐멘터리 100일의 기록 호스피스’를 통해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의 주관으로 열린 이번 사진전은 올해 7월부터 100일간 국제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의 일상을 담아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국제성모병원 로비에서 진행됐다. 양·최씨 부부가 이번 사진전에 모델 로 참여해서다.

병원 로비에서 걸려있는 할아버지의 사진 앞에서 유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최영순 씨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라며 쑥쓰러운 표정을 지었다(사진).

국제성모병원 호스피스팀 서현정 사회복지사는 “호스피스 환자분이 신체와 장기를 기증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며 “어려운 결정을 해주신 두 내외분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