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리 상승기 기업과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을 집중 점검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대출금리가 일시에 1%포인트 오르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했다. 20년 전에 벌어졌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같은 경제위기가 아니라면 이처럼 금리가 하루아침에 급변하긴 어렵지만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파를 가늠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 결과 전체 가계 대출자의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 상승폭은 평균 1.5% 포인트로 미미했다. 다만 DSR 상승폭이 5% 포인트 이상으로 이자부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은 저소득층(소득 하위 30%), 50대 이상, 자영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기적으로는 박근혜정부의 ‘빚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이 시작된 2014년 3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사람들의 이자부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아래에서 주택시장 호조에 힘입어 대출을 늘린 다주택자부터 조심하라는 경고다.
한은은 기업 2127곳을 대상으로도 평균 차입금리가 즉각 100bp(1bp=0.01%포인트) 상승한다고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했다. 이 경우 기업의 연간 이자부담액은 14.2% 정도만 늘었다. 영업으로 빚도 못 갚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기업은 금리 100bp 상승 시 33.0%에서 34.1%로 1.1% 포인트만 늘었다. 가계나 기업 모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한은이 내년 4회(0.25% 포인트씩 네 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극단적 해석을 내놨다. 이에 대해 금융안정 담당 신호순 부총재보는 “금리 인상 시뮬레이션은 특정 시점의 정태적 분석으로 그저 시뮬레이션일 뿐”이라며 “이를 통화정책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금융안정 보고서는 다주택자 현황 및 재무 건전성도 점검했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전국에 198만명으로 추정됐고, 전체 주택 보유자의 14.9%를 차지했다. 이들이 소유한 집은 457만채다. 절반 이상이 서울 등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집을 가진 탓에 강화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30%를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다주택자의 30%는 아예 주택담보대출이 없고, 나머지도 비교적 분할 상환 비중이 높았다”며 “연체율도 낮아 채무상환 능력은 양호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