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와서 화장실 빌리는 분들 진짜 짜증나네요.”
최근 한 포털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작성자는 최근 가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토로했습니다. 주문도 하지 않고 화장실만 사용하려는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들어오더니 화장실을 쓸 수 있냐고 물으셨어요. 전 주문을 해야 쓸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러자 손님의 표정이 바뀌더니 “그건 사장님 방침이냐”며 퉁명스럽게 따져 물었답니다. 작성자는 “그 분은 (화장실을) 한번 빌렸을지 몰라도 저는 주말마다 이런 손님들을 받는 게 일상이 됐다”며 “카페 화장실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중화장실이 아니다”라며 일침을 놓았습니다. 이 글은 추천 493개(반대 29개)를 받으며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었죠.
많은 커피숍 직원들이 화장실만 이용하는 손님들로 인한 고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에서 커피숍 알바를 하는 A씨(22)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화장실만 이용하고 나오는 20대 여성에게 주문을 부탁했더니 버럭 화를 내더란 겁니다. 여자는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협박까지 했습니다. 포털에선 ‘화장실에 비밀번호를 걸어놔도 화를 내며 열어달라더라’거나 ‘화장실 바닥에 아기 오줌 누이고 나가거나, 화장지를 잔뜩 풀어놓고 가더라’는 등의 토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커피숍 직원들의 고충은 알겠지만 길거리에서 갑자기 마려워질 땐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싶어 고려대 사회학과 황명진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황 교수는 커피숍 직원들이 이 같은 불만을 표출하는 것에 먼저 주목했습니다.
화장실 같은 가게 부대시설은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게 암묵적인 원칙이었는데, ‘을’이었던 감정노동자들이 원칙을 어기려는 손님에게 제재를 가하는 건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곤 덧붙입니다.
“화장실 이용을 전통적 미덕으로 생각하고 까탈스럽게 군다고 생각할 건 아니에요. 정말 급할 때는 화장실에 갔다가 아메리카노 스몰사이즈라도 구입하는 게 인지상정 아닐까요.”
무턱대고 시장 집무실에서 “잠시 머무를 테니 화장실 변기를 바꿔달라”는 사람도 문제지만, 당연하게 커피숍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옛날 어르신들은 사람들을 관찰하며 이런 통찰을 남겼습니다. 바로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말이겠지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여측이심·如廁二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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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