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관련 행사 중 한국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데 대해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야당은 일제히 “외교적 결례” “테러행위”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14일 논평을 내고 “국빈인 대통령은 혼밥족이 되고 기자들은 중국 경호원들의 주먹과 발길질에 무참히 당했다”며 “외교적 결례를 넘어서 의도적인 모욕”이라고 중국 당국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어쩌다가 중국에 이런 존재가 됐냐”며 “오늘의 짓밟힘은 예고일 수도 있다. 국민들 가슴 속에 피멍이 맺힌다”고 덧붙였다.
유 수석대변인은 정부의 강력한 대처를 촉구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들어오는 대로 오늘의 치욕에 대해 국민 앞에 보고해야 한다”며 “정부도 그에 상응하는 실효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면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을 문 대통령은 명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중국에 동행한 기자들은 사실상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표단의 일원”이라며 “기자 폭행은 결국 대한민국에 대한 테러행위이자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순방을 중단하고 철수하라”고까지 촉구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빈방문 중인 상대국가 대통령의 수행 기자단에 대한 이 같은 행위는 외교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언론 자유의 침해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문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방중단을 무시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의 진상규명과 사과는 물론 재발방지의 약속을 촉구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정식으로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중국의 한국 홀대론이 아닌지 의문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 경호원들의 이 같은 폭행이 최근 제기된 홀대론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면 이는 좌시 할 수 없음을 밝혀둔다”며 “우리 정부는 이 사건이 외교 굴욕 논란으로 번져 사드 이후 다시 관계가 재설정되고 있는 한중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즉각적이고 효력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이 참석한 한·중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에서 중국 측 경호원이 한국 수행기자를 집단폭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자들을 폭행한 경호원이 중국 측 공안원인지, 다른 경로로 고용된 사설 경호원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행사장의 동선에 대한 총책임은 중국 측이 맡고 있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우리 측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불상사가 발생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정부는 중국정부에 즉각 유감의 뜻을 전하고 사건 진상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의 대응과 중국 경호원 소속 등에 대해서는 “상세한 내용은 좀 더 확인을 거친 후에 설명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경호원들로부터 집단폭행 피해를 당한 한국 기자 한명은 안와골절 부상을 당해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와골절이란 안구와 눈 속 근육을 보호하는 ‘안와골’이 부러지는 것이다. 안와골은 우리 몸에서 가장 얇은 뼈로 매우 얇고 섬세해 작은 충격에도 쉽게 손상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