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글로 배운 말라위와의 첫 만남
굿피플 신지원 간사
20시간이 넘는 기나긴 비행시간에 점점 생각이란 걸 하지 않게 되었을 때 말라위 땅에 도착했다. 회색 땅 대신 갈색 흙 땅이 이어졌고 빽빽하게 서있는 빌딩 대신 적색 벽돌집이 드문드문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도 고층 빌딩으로 인해 조각난 하늘이 아니라 온전히 반구로 채워진 하늘을 보자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기 위해 물을 틀었더니 찬물이 졸졸졸 나왔다. 아! 아프리카지. 입술이 보라색이 될 쯤 나와서 마주친 경하PM(프로젝트 매니저)이 하는 말. “아니요, 뜨거운 물 콸콸 나올 텐데요.” 이런. 그리고 아프리카 누가 덥다 했나. 저녁에는 너무 차가운 공기에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눕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5박 8일 일정이지만 비행기 시간을 제외하면 말라위에 있는 시간은 6일인데 하루가 벌써 지나갔다. 회사에서 열심을 다해 쓴 제안서가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시간이 시작되었다. 내일부터 진짜 시작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내게 설렘보다는 항상 긴장이다. 전등 없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으로만 채워진, 약간은 어두운 3~4평 남짓의 추장님 집 안에서 10명 정도의 마을 위원회와 같이 앉아 있자니 어색해서 자꾸 준비해온 서류를 뒤적거렸다. 하지만 금세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주는 마을 사람들과 중간에서 열심히 통역을 해준 현지 직원들 덕분에 시간이 훌쩍 지나갈 뿐 아니라 꽉꽉 채워졌다.
그렇게 사업을 진행할 4개의 마을을 돌며 추장님과 마을 위원회 분들을 만나고 마을 사람들 가정방문을 하는 데 며칠. 농업 전문가를 만나고 건축 업체를 방문하는 데 또 며칠. 매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상 속에서 항상 함께였던 건 우리 현지 직원들이었다. 평소에는 화장을 하지 않는 다는데 서울에서 본부직원이 온다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나타나서는 새로운 사람에 대한 내 긴장감을 설렘으로 바꿔준 힐다. 묵묵히 내가 확인하지 못한 부분까지 채워다 준 프랑크. 거기다가 짧은 일정에 비해 너무 많은 일거리를 들고 와 미안한 내 마음을 언제나 긍정적인 말로 되돌려 준 경하PM까지! 덕분에 글로 배운 말라위와의 첫만남이 삐그덕거리지 않고 끝까지 설렘과 즐거움이 될 수 있었다.
끝없는 질문을 가득 안고 떠난 말라위 출장에서 찾은 답을 말하자면 우선 말라위는 진짜로 있다! 또 이 사업이 정말 이 사람들이 원하는 건지, 필요한 건지는 누가 정답을 줄 수 있는 건지 몰라서 여전히 찾는 중이다. 다만 아이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일정 동안 아이들은 항상 우리 곁에 모여들었다. 내가 다가가면 도망가더니 사진을 찍으려 핸드폰을 꺼내면 그 앞으로 옹기종기 모여 포즈를 취한 채 가만히 멈춰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안 찍고 핸드폰 너머로 아이들을 쳐다보면 아이들은 웃으며 다시 움직였다. 아이들 중에는 차를 타보는 게 평생소원인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커다란 하늘을 볼 때 행복하다 느껴서 말라위에 있는 동안 하늘 사진을 가득 담았는데 그걸 매일 보며 사는 아이들의 눈길이 머무는 건 내가 쉬이 타는 자동차였다. 서로가 원하는 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의 것을 부러워하는 상황이다. 누가 누구의 것이 더 좋고 필요하다 정할 수 있을까 싶었다.
5박 8일 간의 말라위 출장이 끝이 났다. 일정이 짧아 아쉬운 마음이 겹겹이 쌓임과 동시에 어색했던 첫만남이 지났으니 언제 올지 모를 두 번째 만남이 기대 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말라위에서의 걸음걸음이 감사로 채워질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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