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의 ‘무조건 대화’ 제안에 상당한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기 전까지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런 점에서 틸러슨 장관의 제안은 미국이 최근 몇 년간 내놨던 대북 메시지 중 가장 파격적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곧바로 반응하지 않고 미국 행정부의 진의 파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틸러슨 장관이 미 행정부 전체의 공통된 입장을 밝힌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외교가에서는 백악관과 국무부가 대북 접근법에서 온도차가 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미국 동향에 민감한 북한은 행정부에서 궁지에 몰려 있는 틸러슨 장관의 정치적 입지도 함께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3일 “북한은 해당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 사이 조율된 내용인지 그 진정성부터 탐색할 것으로 본다”면서 “조율이 된 발언으로 판단된다면 긍정적 신호를 보내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만약 미국의 진의가 ‘비핵화를 위한 조건 없는 대화’로 드러난다면 북한은 다시 거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 시험발사 성공을 연일 자축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2일 제8차 군수공업대회 폐막식에서 “국가 핵무력 완성의 대업을 이룩한 것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사생결단의 투쟁으로 쟁취한 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역사적 승리”라고 선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핵·미사일 개발 총책인 노동당 군수공업부장에는 태종수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취임한 것으로 보인다. 태 부위원장은 지난 11∼12일 열린 군수공업대회 주석단 착석자 중 제일 먼저 호명됐으며 대회 보고 연설도 맡았다. 전임자 이만건은 지난 10월 김정일 당 총비서 추대 20주년 중앙경축대회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2선으로 물러났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미사일 4인방’으로 꼽히던 이병철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과 김정식 부부장은 이번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